산천초목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봄바람의 훈훈한 기운이 사람을 들뜨게 하니 바야흐로 계절은 나들이하기 좋은 때다. 계절의 변화를 반영하듯 요즘 전국의 산과 들에는 봄꽃을 즐기려는 상춘객들로 북적인다. 이렇듯 숲은 계절에 따라 어김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며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숲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몇 해 전 산림청이 6만여 정책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1%가 우리나라 등산문화 수준은 '보통 이하'라고 답했다.
또한 "시급히 개선해야 될 등산문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44.4%가 '산행 중 쓰레기 무단투기'라고 답했고, 13.8%는 '산행 중 음주·흡연', 8.8%는 '등산로가 아닌 길로 산행', 7.7%는 '산림훼손'을 꼽았다. 이런 설문결과에서 보듯 숲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산림청이 전국 36개소에 운영하고 있는 자연휴양림도 마찬가지다. 일부의 지나친 음주와 고성방가로 다른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휴양림 내 공공시설을 함부로 훼손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특히 요즘같이 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에 숲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금지된 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숲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사람들은 숲을 이용하고 즐기는 데만 열을 올릴 뿐 숲을 보호하고 숲을 배려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인색한 느낌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중요시하는 예절이나 에티켓은 등산이나 휴양을 위해 찾는 숲에서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는 숲에 대한 예절인 동시에 숲을 즐기는 이용객 상호간에도 즐겁고 유익한 숲 체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급속한 도시화와 지구환경 악화로 이상기후가 빈발하고 있는 요즘, 현대인에게 마지막 남은 휴식처이자 지구환경 보호의 파수꾼이 숲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숲에 대한 우리 자세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무심코 저지른 잘못된 행동이 결국 인간에게 산불이나 산사태, 환경오염 같은 자연재앙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난겨울이 유난히 매섭고 혹독했던 탓인지 올해 봄꽃은 유난히 아름답고 반갑다. 상춘객들의 옷차림과 얼굴 표정도 봄꽃만큼이나 밝고 화사하다. 많은 이들이 좋은 계절에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겨울을 잘 견뎌낸 숲의 인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숲의 고마움에 보답하고 우리 후손들도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숲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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