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관악산 가는 버스 속에서 뉴스로 황장엽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아직은 안 되는데...
김일성 대학 총장에 북한에선 최고 엘리트였던 분이
무엇 때문에 목숨 걸고 망명 하셨을까
가족이 희생 당할 걸 뻔히 알면서도 75세 노구를 끌고 오셨지만
이 땅에선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활동이
끊어졌을때 얼마나 절망 하셨을까
망명 후 13년 동안 한 순간도 암살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거에 신경 쓰냐며 꼿꼿하게
여기저기 강연에서 김정일과 북한 체제를 비판하시고
"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며" 외치고 다니시니
양쪽으로부터 눈에 가시 같았던 존재가 되어 점점 야위어져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공교롭게도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식과
3대 세습의 시작을 화려하게 생중계하던 날 아침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어 아예 눈을 감아 버리신 건지
인간적으로 참으로 힘든 수 많은 날들을 생각 해보면
가신 그 길이 어쩜 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자유의
나라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가신 것이 안타깝고
현인들의 식견이 그리워지는 요즘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깊은 통찰력과 사유 철학이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비통함이 사무친다
망명하신지 얼마 후 아내에게 "나는 용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장 가혹하게 저주해주기 바라오
저 세상에서라도 다시 한 번 가족들을 만나고 싶소"
라는 유서는 내 가슴을 바위처럼 무겁게 짓누른다
역사에는 분단시대의 영웅으로 한반도 비극을 상징하는 인물로
선생님의 용기 있는 결단과 가르침은 통일되어 하나가 된 후손들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시대 최고의 애국자를 상처투성인 채로 보내는
모두를 용서하시고 이젠, 편히 쉬십시오
2010년 10월10일 밤에
선생님을 사랑했던 서울에 한 주부가
고인의 유작 시
지루한 밤은 가고
새 아침은 밝아온 듯 하건만
지평선에 보이는 검은 구름이
다가오는구나.
영원한 밤의 사절이
찾아오는구나.
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라고
이 세상 하직할 영이별 시간이라고.
값없는 시절과 헤어짐은
아까울 것 없건만
밝은 앞날 보려는 미련
달랠 길 없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가나
걸머지고 걸어온 보따리는 누구에게 맡기고 가나.
정든 산천과 갈라진 겨레는
또 어떻게 하고.
때는 늦었고 남은 건
마지막 순간뿐.
여한 없이 최선 다해 받들고 가자.
삶을 안겨준 어버이의
거룩한 뜻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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