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책.

독기학설

앤 셜 리 2009. 3. 13. 13:19

-실학이라는 시대정신은 역사적 현실로서 전제되었던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20세기 히스토리오그라피의 한 개념으로서

 조선사상사의 특정한 조류를 규정하기 위하여 후대학자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개념일 뿐이다

김용옥이 말하는 이 책의 요지는 이 짧은 세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는 원래 책으로 출판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가 주도해서 만든 어느 저명한 모임의 원고청탁을 받고서 작성한 논문이었지만

그 내용이 기존의 조선사상사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내용이라 그들로 부터 책에 싣기를 거절당했다고 한다.

 어찌됐건 이왕 쓴 글이니 발표는 해야겠고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도올의 TV강의를 몇 번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내가 그에 대해서 받은 인상은 옷도 중국식으로 이상한 옷만 있고 머리는 대머리였고

 강의 종종 해괴 망칙한 괴성을 질러대는 좀 유별난 학자라는 생각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다른 바쁜 일들로 그에 대한 기억이 잊혀질 무렵,

 미모의 여자 사회자가 진행하는 어느 텔레비전 프로에서

그가 쓴 독기학설을 주제로 어느 국사학자와 심각하게 토론하던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국사의 개념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리는 내용이었다.

 충격이었다.

 실학이니 근대니 하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던 보편적인 개념이

“그건 날조된 거야.

 후대 역사학자들이 새로운 역사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임진왜란 이후

실용 학문을 주창하던 박지원이나 이익 같은 이들의 이름을 빌려와서 날조한 것들일 뿐이야.”

 라고 일갈을 내뱉던 그의 기억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그의 얇은 책 독기학설을 다 읽지 못했다.

 한 페이지마다 한문, 불어, 영어등 수도 없이 외국어가 등장하니 웬만한 식자가 아니면 소화해 낼 수가 없었다.

 그의 새로운 학설이 기존의 지배 집단에게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이론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곧 그들의 구축해 놓은 지식인으로서의 명성을, 더 나아가서 밥줄을 끊어 놓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 새로움을 갈구하는 나에게 그가 쏟아내는 새로운 역사 개념은 충분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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