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十樹下(이십수하)
스무나무 아래 / 김삿갓
二十樹下三十客이십수하삼십객 : 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
四十家中五十食사십가중오십식 : 마흔 집안에서 쉰밥을 먹네.
人間豈有七十事인간개유칠십사 : 인간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으랴.
不如歸家三十食불여귀가삼십식 :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서른 밥을 먹으리라.
二十樹 : 스무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 이름
三十客 : 三十은 '서른'이니 '서러운'의 뜻. 서러운 나그네.
四十家 : 四十은 '마흔'이니 '망할'의 뜻. 망할 놈의 집.
五十食 : 五十은 '쉰'이니 '쉰(상한)'의 뜻. 쉰 밥.
七十事 : 七十은 '일흔'이니 '이런'의 뜻. 이런 일.
三十食 : 三十은 '서른'이니 '선(未熟)'의 뜻. 설익은 밥.
☞ 함경도 지방의 어느 부잣집에서 냉대를 받고
나그네의 설움을 한문 수자 새김을 이용하여 표현한 시이다.
죽 한 그릇(無題무제)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排徊천광운영공배회 :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 물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의 저녁 끼니는 멀건 죽.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難貧(난빈)
가난이 죄
地上有仙仙見富지상유선선견부 :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人間無罪罪有貧인간무죄죄유빈 :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막도빈부별유종 :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빈자환부부환빈 : 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姜座首逐客詩(강좌수축객시)
강좌수가 나그네를 쫓다
祠堂洞裡問祠堂사당동리문사당 : 사당동 안에서 사당을 물으니
輔國大匡姓氏姜보국대광성씨강 : 보국대광 강씨 집안이라네.
先祖遺風依北佛선조유풍의북불 : 선조의 유풍은 북쪽 부처에게 귀의했건만
子孫愚流學西羌자손우류학서강 : 자손들은 어리석어 서쪽 오랑캐 글을 배우네.
主窺첨下低冠角주규첨하저관각 : 주인은 처마 아래서 갓을 숙이며 엿보고
客立門前嘆夕陽객립문전탄석양 : 나그네는 문 앞에 서서 지는 해를 보며 탄식하네.
座首別監分外事좌수별감분외사 : 좌수 별감이 네게는 분에 넘치는 일이니
騎兵步卒可當當기병보졸가당당 : 기병 보졸 따위나 마땅하리라.
☞ 김삿갓을 내쫓은 주인은 나그네가 갔나 안 갔나 확인하려고 갓을 숙이고 엿보는데
김삿갓은 문 앞에 서서 인심 고약한 주인을 풍자하고 있다.
逢雨宿村家(봉우숙촌가)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曲木爲椽첨着塵곡목위연첨착진 :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其間如斗僅容身기간여두근용신 : 그 가운데가 말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平生不欲長腰屈평생불욕장요굴 : 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此夜難謀一脚伸차야난모일각신 :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鼠穴煙通渾似漆서혈연통혼사칠 : 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封窓茅隔亦無晨봉창모격역무신 : 봉창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雖然免得衣冠濕수연면득의관습 :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臨別慇懃謝主人임별은근사주인 : 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했네.
☞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艱飮野店(간음야점)
주막에서
千里行裝付一柯천리행장부일가 :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餘錢七葉尙云多여전칠엽상운다 :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囊中戒爾深深在낭중계이심심재 :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야점사양견주하 :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길, 어쩌다 생긴 엽전 일곱닢이 전부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어가는 나그네의 모습.
失題(실제)
잃어버린 시
許多韻字何呼覓허다운자하호멱 : 수많은 운자 가운데 하필이면 '멱'자를 부르나.
彼覓有難況此覓피멱유난황차멱 : 그 '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를 부르다니.
一夜宿寢懸於覓일야숙침현어멱 :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山村訓長但知覓산촌훈장단지멱 :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 김삿갓이 어느 산골 서당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훈장이 시를 지으면 재워 주겠다고 하면서
시를 짓기 어려운 '멱'(覓)자 운을 네 번이나 불렀다. 이에 훈장을 풍자하며 재치있게 네 구절 다 읊었다.
[출처] 二十樹下(이십수하) 7首|작성자 동소하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죽음 허무함이여 유병언 (0) | 2014.07.26 |
---|---|
贈某女증모녀 - 金炳淵김병연 (0) | 2014.07.26 |
이옥봉(李玉峰)은 누구인가 (0) | 2014.07.26 |
김병연 (0) | 2013.04.06 |
혼자 웃다(獨笑) (0) | 2013.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