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기구한 축복..

앤 셜 리 2014. 9. 3. 12:15

연락을 받고 달려와 보니 장터굴 000할머니가

하얀 병실에 모습마저도 하얗게 바랜채 힘없이 누워 계셨다

문병객이 없어 적막한 병실에는 여러개의 호스를 낀 노인들만 덩그러니 누워 있는 곳에..


일주일에 한번정도 찿아뵙고 말벗도 해드리고 필요한거 도와 드리고

후원금도 챙겨다 드리던 어른이시다

뵐 때마다 채송화 닮은 미소를 선사해 주시던 분이셨는데

이틀전 토사광란으로 병원에 오셨단다

닝겔도 맞으시고 몸은 어느정도 회복이 되신거 같은데

기분이  안좋아 보이셨다

다른때 같으면 나 없을 때 일어났던 일들을  보고 할 의무나

있는것처럼 죄다 쏟아 내셨을 텐데..

오늘은 고개까지 숙이고 밝았던 얼굴에 그늘이 가득 하시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나는 꼬치꼬치 그 연유를 여쭈었다

 두려운 눈빛으로 입을 여셨다

" 날 집으로 안 데리고 간데"

-그러면 어디로? 조카가 모셔간대요?

 "아니 요양원에같다 놓는대 난 가기 싫은데.."

할머니의 실질적 보호자인 조카가 집대신 요양원으로 모셔다 놓는다는 말에

 기가 죽어 계셨던 것이다

 언젠가는 이런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아직도 인지능력이나 판단력이 반짝반짝 빛나는

축복받은 이 분에게는 이 얘기가 무척 충격이셨나보다

(....)

구십평생 수고가 담겼을 할머니의 거칠고 물기 없는 두손을 잡으며

"할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조카를 만나 할머니 입장을 설득 해볼께요"

말씀으로는 그렇게 안심시켜 드렸지만 실은 보호자의 의지를 꺽을수 없는

내 입장이다


올 해 구십사세

다른 노인 분 같으면 벌써 요양원에 가셨을 연세지만

이 분은 무의탁 노인으로 정부에서 생계비를 지원받아 힘들지만  홀로 사시며

 정서적자립, 신체적자립이 되시는분이다 

요양원에 들어 가시면 생계비는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신혼집 같이 예쁘게 꾸며놓고 우리같은 사람들 하고 말벗하시며

따듯한 정도 나누며 사셨는데..

수십년 정들었던 이 웃과 동네를 쉽게 떠날수 있으실까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에게 동네만한 복지시설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ㅠㅠ

쟁반하나 들을 기운만 있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게 참 복지로 가는 길인데..

노인들에게는 요양원이 저승가는 마지막 정유장이라는데

아직 멀쩡한 정신으로 발걸음이 떨어질 수 있을까

이십수년간 현장에서 느낀 이런저런 생각으로...

젊은사람 편한 위주로 떠밀려 갈 수 밖에 없는 기구한 축복 앞에

세월과 나이가 원망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