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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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삶이랑 똑같데이~

앤 셜 리 2016. 3. 7. 11:32

오늘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봄비가 내려 살얼음까지 녹여줄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쯤 봄이 올 듯하더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며 추워졌었죠. 중부 곳곳에는 오랜만에 대설 보까지 내려졌습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들이에 나섰던 분들은 추위와 눈길에 고생하셨지요. 이 시린 마지막 겨울을 견뎌야 마침내 봄이 온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삼일절에 서울 영하 7.5도로 추위가 절정을 찍은 뒤, 기온이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늦겨울에 질세라 봄이 재빠르게 달려와 며칠 만에 눈이 비가 되어 내립니다.

학생들도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2학년이 된 초등학생 조카는 1학년 때 교실에 들렀다 가겠다며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두 계절이 공존하듯 아이들의 마음에도 아쉬움과 설렘이 함께했습니다.

문득 "우리 인생이 날씨지"라는 할머니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기상캐스터에 합격했다고 찾아뵈었을 적에 그러셨지요. "날씨가 삶이랑 똑같데이. 비 온다고 우산은 써도 비를 우째 막을 수는 없고, 니도 시험 보러 다니면서 그리 걱정하디 이래 합격 안 했나. 겨울 지나면 봄이 또 오고. 팔십 넘게 살아보니 하늘이 우리 인생이더라." 흔히들 삶을 날씨에 빗대지만 미수(米壽)가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 말씀은 더 깊이 다가왔고 슬럼프가 올 때마다 떠올리곤 했습니다.

이번 주는 마음에 두 계절이 스치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추위가 마무리되던 3월의 첫날, 할머니께서도 고단했던 삶에 마침표를 찍으셨기 때문입니다. 태어나신 달에 하늘로 떠나시면서 마지막까지 손녀딸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작별 인사를 드린 울산 하늘공원 주변은 이미 '봄길'이더군요.

정호승 시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정호승 시 '봄길')

달력으로는 3월이 봄의 시작입니다만 기상학적으론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9일간 일평균 기온의 평균값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로 봄을 정의합니다. 한파는 물러가고 봄길에 가속도가 붙겠지만 당분간 겨울 색이 조금 남아 있겠지요. 일교차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