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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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품격

앤 셜 리 2016. 5. 30. 22:28


"마음에 조바심과 망령됨을 갖지 말자! 오래 지나면 꽃이 피리라. 입에 비루하고 속된 것을 올리지 말자! 오래 지나면 향기가 피어나리라." 조선 정조 때 문인이었던 이덕무가 자기 집 문설주에 써놓은 글을 보면 단아하고 고고한 필자의 심성이 느껴진다. 다른 글에서 그는 "옛것에 뜻을 두어 물정에 어둡다. 산림과 문장, 도학에 관한 말을 듣기 좋아할 뿐"이라고 썼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려는 고독한 도시인의 그림자가 18세기에 이미 이덕무에게서 나타났다고.

SNS에서 볼 수 있는 촌철살인의 짧은 글들은 오래전에도 있었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고전 산문 가운데 허균, 이용휴, 박지원, 박제가, 이옥, 정약용 등 일곱 선비에게서 깔끔하고 격조 높게 일상을 담아낸 문장을 뽑아낸 선집(選集)이다. 다만 문장가들을 지금의 파워블로거로 비유한 것과 원문을 수록하지 않은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