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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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는 방법

앤 셜 리 2016. 6. 21. 21:26

지난 주말 서울은 32.2도까지 올라 올해 최고기온을 경신했습니다. 이제는 쭉 "덥다"라고 할 수 있는 날씨입니다. 점심에는 냉면 생각이 절로 나는 때이고요. 그래서 며칠 전 을지로 평양냉면집에 갔습니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은 청계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낮에 좀 덥긴 해도 요즘이 딱 걷기 좋은 날씨"라고 '걷기 예찬'을 하면서요. 저의 출퇴근 교통수단은 두 발입니다. 2년 정도 걸었더니 이제 구두보다 운동화가 더 많네요. 춥고 덥고 비가 억수같이 와도 상황에 맞게 '무장'하고 걷습니다. 날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게 매력이지요. 가끔 날씨 상황을 SNS에 올려 정보를 나누기도 합니다.

시작은 건강을 위해서였는데 지금은 걷기 그 자체에 푹 빠졌습니다.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두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잡념을 털어 버리기도 하고 볕에 말리기도 합니다. 퇴근길에 걷기는 하루를 정리하는 저만의 의식이 되었습니다.

니체, 루소, 랭보 등 철학자들과 작가들도 걸으며 사색하고 영감을 얻었다지요.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는 책은 그 일화들을 소개하며 "걷는 행위가 몸과 마음을 열어준다"고 이야기합니다. 두 발을 내디디며 숨을 조절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과 진솔하게 만나게 됩니다. 친구들과도 함께 등산하고 산책하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많아요. 서로 눈을 마주 보는 것보다 나란히 한 방향으로 갈 때 말문이 터집니다.

'산책 경영'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갑갑한 사무실을 벗어나 산책하며 의논하다 보면 문제 해결도 잘 되고 민감한 비판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네요.

이번 날씨레터는 냉면 먹고 걸어 돌아온 '산책 회의'에서 움텄습니다. 글을 마무리하고 또 걸어야지요. 몇 시간 동안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으니, 머리 좀 식혀야겠습니다.

평년보다 기온은 높지만 바람결은 6월, 초여름입니다. 오래 걷기엔 버거운 폭염이 곧 닥치겠지요. 그전에 더 열심히 걸어두어야겠습니다. 주말에 외출할 때 가벼운 우산을 챙기세요. 전국 곳곳에 비가 올 전망입니다. 미세먼지는 좀 잠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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