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제사상 앞에서

앤 셜 리 2019. 9. 27. 05:46

 

제사상

 

잠든 딸 자식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주근깨를 걱정 하셨던 부모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어린 딸은

어느새 이마에 주름 생기고

당신들이 살아보지 못한 나이를 살면서 

두 분 상에 올릴 나물을 볶고 있습니다

 

내주어도 내주어도 끝없는 샘물처럼

솟아나는 사랑

마침내 그 사랑의 샘이말라

더 이상 내줄게 없을 때 홀연히 

자식곁을 떠나셔야만 했던 부모님

 

자식을 섬겨야 되는 입장이 되어서야

깨닫게된 이 어리석음 앞에

할 수 있는 일이란 겨우 이것 밖에 없어

 

예수, 석가모니, 공자, 쏘크라테스.

내 안에 모시던 분들보다

더 으뜸이란 걸

진작에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차례상 앞에

두번 절하기 보다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은 오늘입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는 하윤이에게ᆢ  (0) 2019.11.18
가을편지  (0) 2019.11.01
명창대회  (0) 2019.09.27
밥 값  (0) 2019.09.21
연휴 끝  (0) 201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