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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문학에도 가짜가 (1)

앤 셜 리 2020. 1. 23. 08:16

"제가 조금 아는 언론인이 보내준 메일 입니다."

낭설과 날조와 왜곡

임철순

 

가짜가 난무합니다.

낭설, 날조, 사실을 왜곡한 글이 갖가지 경로로

유포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왜 이런 걸 지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들어서 흐뭇한 우정, 널리 알리고 싶은 선행,

대중의 입맛에 맞는 에피소드는 무조건 의심부터 합니다.

칼럼, 블로그, 카톡에 글을 쓰거나 옮기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아래 사례 중 일부는 이미 글로 언급한 바 있지만,

한 묶음으로 모아야 사실을 밝히는 데 더 힘이

있을 것 같아서 종합했습니다.

 

1) 구노의 ‘아베 마리아’와 조선 순교신부

‘아베 마리아’는 슈베르트와 샤를 구노의 작품이

유명합니다.

그런데 구노가 이 곡을 조선에서 순교한

친구를 애도하기 위해

작곡했다는 글이 떠다닙니다.

파리 외방선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의 급우였던 친구가

나중에 신부가 되어 활동하다 순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도하면서 울면서 작곡한 게 ‘아베 마리아’라는 겁니다.

그 친구가 다블뤼 주교다, 앵베르 주교다 등의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사제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글을 쓰기까지 했는데도

떠둘아 다니고 있습니다

 

앵베르 등 프랑스 신부 3명은 1836년(헌종 2년) 입국해 포교하다가

3년 뒤 기해박해(己亥迫害) 때 처형됐습니다.

1845년 입국한 다블뤼(Daveluy, 安敦伊) 신부는

1866년 병인(丙寅)박해 때 순교한 조선 교구장 베르뇌 주교에 이어

5대 교구장이 됐지만 그도 곧 순교했습니다.

구노가 이 곡을 작곡한 것은 1853년입니다.

다블뤼를 위해 작곡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앵베르 주교의 생몰연도는 1797~1839, 구노는 1818~1893.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구노의‘아베 마리아’는

순교와 무관하며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BWV 846 중 전주곡 1번에 가락을 붙인 것입니다.

처음엔 가사가 없다가 1859년에 지금의 라틴어 성모송 가사를 갖추게 됐습니다.

 

2) 밀레와 장 자크 루소의 아름다운 우정?

'만종(晩鐘)’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가 생활고에 허덕이던 무명 시절에,

친구인 장 자크 루소가 도왔다는 글이 퍼지고 있습니다.

루소는 '에밀' '사회계약론' 등으로 유명한 사상가입니다.

그는 자기가 아는 화랑이 그림을 사달라며 맡겼다는

선금 300프랑을

밀레에게 건네고 작품을 가져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그림이 루소의 집에 걸려 있었다는 거지요.

그러나 루소는 밀레보다 100년 전 사람이니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장 자크 루소:1712~1778, 밀레:1814~1875

이 미담의 주인공은 그 루소가 아니라

친구인 화가 테오도르 루소(1812~1867)입니다.

그가 산 작품은 '접목하는 농부'(1850)이며,

루소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밀레는 그의 무덤 곁에 묻혔습니다.

장 자크 루소가 유명하다 보니

테오도르 루소는 죽어서도 불의의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3)이순신과 와키자카 야스하루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에게 3전 3패한 뒤

구사일생한

일본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

(脇坂安治, 1544~1626)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가 제일로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며,

가장 미운 사람도 이순신이며,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며,

가장 흠모하고 숭상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며,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 역시 이순신이며,

가장 차를 함께하고 싶은 사람도 바로 이순신이다.”

전시회나 강연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말인데,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본인이 일기에 썼다지만 ‘脇坂記’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한국에 그런 말이 떠돌고 있다, 웃긴다는 말만 일본 인터넷에 떠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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