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책.

난주

앤 셜 리 2020. 11. 26. 08:39


대정성지 정난주마리아 묘
(사진출처 네이버)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시대 천주교도의 마음엔 어떤 신념이
자리 했을까
이 땅의 오랜 질서와 체제에 맞서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1801년 정순왕후(영조 왕비)는
어린 나이로 즉위한
순조를 대신해 수렴 청정 하던 시대
노론벽파를 두둔하던 정순왕후가
남인이 중심이 된 천주교를 탄압하니
이것이 신유박해(辛酉迫害)다

이때, 남인 명문가의 장녀이자
천주교도인 정난주는
시어머니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피신하였고 남편 황사형(17세에 장원급제)은
충북 제천의 배론 골짜기에 숨었으나
천주교 부흥을 위한 백서(帛書)를 북경의 주교에 보내려다 발각되어 참형당했다
이어 정난주와 시어머니는 각각 제주도와
거제도의 관비로 정배된다

다산 정약용의 가족
맏형 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외숙부 이벽 고모부 이승훈
1801년 정약종 이승훈은 천주교순교자
정난주는 정약현의 장녀다

제주도로 유배가는 바닷길에 추자도란
섬에 미리 두살짜리 아들 속옷에 생년 월일과
이름을 적어 넣어 갯바위 앞에
버렸다
(종모법에 따라 또 죄인의 자식으로
일생을 종으로 살아야 되기 때문에)

자식을 사랑하는것은 우리 삶의 팔할이라는데
본능중에서도 으뜸인 본능마저 버리고
온갖 수모를 감내하며 제주에서 관비 생활

어머니 정난주는 제주도에서 종으로~
아들은 추자도에서 오씨란 어부의 아들로 살다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난것은
서른일곱해 만이었다
두 모자는 너무도 서러웠던 세월에
그리웠던 마음에 부등켜 안고 울고 또 울고
그 울음 소리는
추자도 파도소리를 이기고도 남았으리라

1909년 제주성당의 주임신부 라쿠루 신부가
추자도를 방문 황우중이란 어부를 만났다
그가 말하기를 제 증조모가 정난주
마리아라고 했다
조부(황경한, 원래이름. 소설속에는 황경헌으로 나온다)
할아버지가 증조모로부터 받은 편지가 한 묶음이었다고
훗날 이 편지는 제주4.3사건 당시
모두 불타 사라져 종적을 찿을수 없다고 했다

응애하고 세상에 나왔는데 부모의 신분에 따라 인간들이 씌위놓은 굴레는 하늘과 땅차이
종이되고 상전이되니
야무진 기득권 세력의 음모가 기가 찰 일이다
그렇게 조선에서 신분은 타고난 얼굴
모양새나
머리칼처럼 개인의 견고한 굴레였던 때

몇개의 문중과 왕족을 위한 나라
세상의 영화와 천주교의 삶을 비교
신분의 귀천없이 천주앞에 모두가 공평
하다는 교리에 매료 됬는지도 모른다
한편, 그때나 지금이나 파벌싸움에 희생
됬는지도ᆢ

아버지 이름만 부르면 모든게 가능하고
몸종까지 거느리며 부족함 없이 자란
그녀는 종교 때문에 삶과죽음이 상전의
혀끝에 달린 천한 신분으로 일생을 살다
66세 무술년 이월초하루 묘시에 사망!
제주목사는 죄인을 병사로 처리하여
조정에 징계를 보냈다

타고난 신분에 부귀영화가 보장 됬는데도
안주하지 않고 가시발길
천주의 삶을 살아냈던
연약한 여인의 일생이 너무 애통했다
지금은 성인의 대열에 올라 제주에
정난주 이름을
딴 성당도 있다는게 조금 위안
시국을 잘만났어야 했는데 ㅜㅜ~~

그때 그런일이 없었다면 정난주와 황사영
사이에 우성인자가 얼마나 많이 태어났을까
또 그 후손에 후손은~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요즘처럼 인물이 귀할때 생각나는
멸족 집안이다.

지금도 추자도에 가면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설치한 "아기 황경한
눈물의 십자가" 라는 안내판이 있다

황경한은 황사영(1775~1801)백서 사건의 당사자인 순교자 황사영 알렉시오와 신앙의 증인 정난주 마리아의 아들이다 남편이 순교한 후 두살배기 아들 황경한과 함께 제주도로
유배 가던 정난주는 배가 추자도를 지날때 아들이 평생 죄인으로 살것을 염려해 경한을 섬 동쪽 갯바위에 내려놓고 떠났다는 안내판.

아들을 낯선 섬에 내려놓은 엄마의 마음과, 또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하염없이 제주만 바라만 봤다던 아들의 마음을 나는 한참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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