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의 굴비, 반 고흐의 청어
정상혁 기자
입력 2021.12.10 03:03
한 쌍의 건어(乾魚)가 미술관에서 매혹적인 향을 흘린다. 굴비와 청어. 국민 화가 박수근(1914~1965), 또 다른 의미의 국민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유화로 그려내 선물한 물고기가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잘 마른 생선, 사연이 꾸덕꾸덕하다.
◇결혼식장으로 간 굴비
박수근 1962년작 ‘굴비’(14.3×28㎝).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박수근 1962년작 ‘굴비’(14.3×28㎝).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평생 가난하고 따뜻했던 화가 박수근의 그림을 가장 많이 취급한 곳이 서울 반도화랑이었다. 박수근은 당시 화랑 직원으로 일하던 박명자 현(現) 갤러리현대 회장에게 곧잘 “미스 박 시집갈 때 꼭 그림 한 점 선물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박수근은 결혼 소식을 듣지 못하고 급히 세상을 떴다. 별세 이듬해 박 회장의 결혼식장에 박수근의 부인 김복순 여사가 보따리를 들고 찾아왔다. 풀어보니 ‘굴비’ 그림이었다. 1962년 한 폭의 작은 하드보드지에 완성한 굴비 두 마리가 특유의 두꺼운 질감처럼 그림 속에서 몸을 겹친 채 누워있다.
박 회장은 “과거엔 생일상에나 오르던 귀한 생선이니 부부가 잘 먹고 잘 살라는 의미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이후 박수근의 작품을 찾는 손님이 있어 이 그림을 1970년 약 2만5000원에 판매했고 뒤늦게 후회했다. “죄스러웠다”고 했다. 값은 매년 폭등했다. 30년 뒤 약 2억5000만원에 되샀고, 2004년 강원도 박수근미술관에 기증했다. 이 뜻깊은 굴비가 국립현대미술관 첫 박수근 회고전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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