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탄광이 그다지 수익을 못 낸다는 걸아는
노인이 나를 위로했다
"성모님이 선생님께 큰 수익을 보내주시길 기원합니다. 마을을 위해 아주 좋은 일을 하고 계세요. 가난한 가장들에게 생활비를 대주는 셈이거든요 축복받으세요"
"값진 걸 얻으려면 값진 걸 팔아라"
"값진 게 뭘까요?"
영혼을 구하는 겁니다
영혼은 천당으로 곧바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책 한 권을 뽑았다
천천히 마음 내키는 곳을 펴서 읽었다 읽다가 닫아두고 다시 읽고 결국 그 책을 덮었다 시가 메마르고 인간적 인내 용이라곤 없다는 걸 느꼈다 공허하게 지껄이는 것 같았다 박테리아 한 마리도 없는 깨끗한 물이었지만 영양분 하나 없는 물 같았다 생명이 없는 시였다
머리로만 씨앗을 키워내는 지적 놀음 교묘하게 만들었지만 속은 텅 빈 구조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최후의 인간은 기대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다 최후의 인간은 자신을 비울줄 안다
부처는 스스로를 비운 순수한 영혼이 있다
네 몸을 비워라 네 정신을 비워라 네 가슴을 비워라!
부처는 최후의 인간이었다.
산에 올라가 소나무향을 맡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다
물속에 잠긴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한 날씨였다 산에 오를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고상한 기분이었다
맑은 공기와 부드러운 호흡
공기 속에는 꿀냄새가 섞였고 머리 위를 지나는 바람은 바다처럼 한숨을 쉬었다
수도원, 바깥세상하고는 담을 쌓고, 울창한 숲 속에서 정상의 품위와 평야의 부드러움을 간직한 채 미소 짓고 있는 수도원이 내게는 인간의 명상을 위한 훌륭한 장소로 보였다
인간맛을 간직한 채 영혼을 갈고닦는 데는 더없이 훌륭한 곳이다
하느님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이곳에 와서 맨발로 봄풀 위를 걸으며 사람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아, 이 얼마나 멋진 곳인가
이 고독과 이 행복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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