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깨우침의 말씀

조오현스님

앤 셜 리 2022. 10. 24. 12:05
1932.~ 2018 조오현 스님 향년86

허망한 인간사

나이는 뉘엿뉘엿한 해가 되었고
생각도 구부러진 등골뼈로 다
드러났으니 오늘은 젖비듬히 선 등걸을
짚어 본다

그제는 한천사 한천 스님을 찾아가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말로는 다할 수 없으니 운 판 한 번
쳐보라, 했다

이제는 정말이지 산에 사는 날에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고 그리고 흐름을 다한 흐름이나 볼 이름이다
<산에 사는 날에> 전문

설악을 상징하는 세 사찰 낙산사, 신흥사, 백담사
회주.
장관이나 도지사가 찾아오면 방에 앉아서 맞지만
면장이나 이장 또는 농협이나 우체국 직원이 찾아오면 산문 밖까지 나가 맞는 분.

복사꽃 흐르는 저 물에 아득히 떠나가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세상 아니라네

어제, 그저께 영축산 다비장에서 오랜 도반을
한 줌 재로 흩뿌리고 누군가 훌쩍 어린
그 울음도 날려 보냈다.

ᆢ재한줌ᆢ
거기, 길가에 버려진 듯 누운 부도
돌에도 숨결이 있어 검버섯이 돋아났다
한참을 들여보다가 그대로 내려왔다.

언젠가 내 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 건가
어느 숲 눈먼  뻐꾸기 슬픔이라도 자아낼까
곰곰이 뒤돌아보니 내가 뿌린 한 줌뿐이네.

ᆢ극도의 삶의 허무감ᆢ

ᆢ아득한 성자 ᆢ

아득한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아지랑이 / 조오현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백담사에서 만해 한용훈 축전을
이끌었던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