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이웃들

제 몸, 불사르는 어리석음(기획 부동산)

앤 셜 리 2022. 11. 20. 00:45

2년 전 친구 얘기입니다.


동네에서 알고 지냈던 이웃, 준호네가
말도 없이 용산으로 이사 같다는 소문이 들렸다
사람이 싱겁기는ᆢ그리고
잊고 지낸 지 30여 년.
어느 날 준호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조심스럽게 00네냐고 누구 엄마냐고 물었다.
반갑고 깜짝 놀랐다 상대방이 이사 가면 국이 바뀌고 전화번호가 바뀌기 때문에 그쪽에서 연락하기 전엔 알 수 없던 시절이라 짧은 인연이라 생각했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오늘이 돼버렸다고.
삶의 회오리 속에서 전화번호도 잊어버려
안타깝기만 했단다.
근래에 서랍 정리하다 발견한 쪽지에 내 번호가..
혹시나, 하며 기대와 설렘으로 전화를 건 거란다
오래 살다 보니 iloveschool 같은 일이 내게도 생겼다.


(2020) 12.2일, 여의도 '마르 샤브'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떻게 살았을까 어떻게 변했을까 변해버린 내 모습을 알아보기는 할까
박달나무도 좀이 쓸 세월이었다.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을 '불타는 수면 양말' 몇 켤레 포장하고
하늘도 말쑥한 초겨울 날 약속 장소로 나갔다
저만치서 들어오는데
준호 엄마는 얼굴에 주름만 좀 있지 하늘하늘
청초한 모습이다. 덩치가 커진 나하고는 달랐다. 그러나 얼굴에는 그늘이 있었다
도대체 얼마만이냐며 서로 반갑게 끌어안았다.


거슬러 올라가 얘기하자면 준호네는 상가 건물 3층에서 홀시아버지 모시고 아들 둘과 남편을 섬기며 살았다.
나는 주택가에 살았고.. 이 친구 <준호 엄마>는 요 사바 사한 성격이 아닌 데다
마음도 여렸다 사람을 낯설어해서 주변에 친구도 없었다. 여린 몸으로 드센 4 남자 틈에서 힘들어하며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까지 먹고 있었다


3층 꼭대기서 대화 상대도 없이 얼마나 힘들까 자꾸 마음이 갔다
양쪽 아빠들 출근하면 전화로 혼자 있으면 안 된다고 우리 집으로 불러 내렸다.
처음엔 낯을 가리며 내려오지 않았다. 내려와도 조심스러워했다. 쭈빗쭈빗
대한민국엔 아줌마들 군대 보내야 된다는 씩씩한
아줌마 세대다. 근데 이런 아줌마도 있다는 걸 모르고 한 소릴께다.

애들 얘기도 하고 함께 나물도 다듬고 차도 마시며
빨래도 개가며 때가 되면 밥도 먹어가며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 마음 문 열기 기다리며.


동네 쓰레기는 다 주어다 아래층 마당에
쌓아놓는 80대 시아버지, 자기만 아는 고집 센 (11살 많음) 남편
엄마의 힘듬을 알턱 없는 어린 두 아들
누구 하나 배려와 공감 없이 밤에는 약 기운에 잠이 든단다

신경쇠약 증세로 집안의 시끄러운 소음, 다른 사람에겐 들리지 않는
소름 돋는 쇠의 마찰음 때문에 괴로워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에도 민감했다
As기사도 귀찮게 불러 댔지만 나중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
귀를 틀어막아도 소용없고 불안과 초조로 미칠 지경인데
삼시세끼 밥만 해주기 바라는 가족들이 밉고 자기를 더 비참하게 한단다.
신경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며 견디고 있을 때

생각도 못한 ㅇㅇ엄마가 자기를 챙겨 주며 답답한 속 얘기 들어주고 자기 맘도 알아주곤
했는데ᆢ갑자기 연락도 없이 떠나서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살면서 한결같은 사람은 ㅇㅇ엄마밖에 못 봤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웃이 아플 때는 내가 도와주고 내가 아플 때는 자기가 도와주며 서로 보듬으며 사는 게
험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야.

"용산 땅값 많이 올랐는데 부자 됐겠네".
"그때 이사 잘 갔지?" 대답에 뜸을 들이더니
자기네는 망했단다
기획부동산 개발업자에 사기를 당했단다
49평 상가아파트에 당시 수억 여유돈도 있을 때였다


ㅇㅇ공전 교수였던 남편에게 아이가 결혼할 때도 돼가니
잠실이나 반포에 아파트 한 채라도 사놓자 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그럼 현재 사는 아파트라도 공동 명의 해놓자 해도 마누라 말이 부정이라도 타는 듯 질색하며 화를 내곤 했단다.
그때는 잠실이나 반포 같은데도 지금처럼 비쌀 때도 아니었단다
마누라 말이 부정 타는 게 아니고 부적이 될 기회를 어리석은 이 남자는 놓쳐 버린 거다
수십 년, 함께한 내편, 아내 말은 무시하고 생전 보도 듣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알토란 같은
노후 재산을 몰빵

!


귀신이 씌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일확천금이 생길 호재라면 자기 아는 사람들끼리 쉬쉬대며 투자할 거지
왜 하루 일당까지 줘가며 가가호호 전화를 할까 간단한 이치도 모르고 당하는 사람들)
서산. 당진. 청주에 사우다 아라비아 거울 건축물이나 생기는냥 호도했을 것이다.
쓸모없는 맹지를..
탐욕에 눈이 어두워지니 이성도 마비가 되나 보다.

집주인으로만 살던 친구는 현재 25평
전세를 살고 있다
많은 재산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남편과의
불협화음 원망도 절망도 지쳤는지 잔잔히 얘기를 해나갔다



이런 봉을 만날 행운을 기대하며 사기꾼들들은 무작위로 전화를 해댔나 보다 나 같은 사람도
여러 번 받았으니ᆢ

당시, 수억 여유돈을 빼간 것도 성이 안찼는지 미인계까지 동원해 사는 집
80프로 융자까지 받게 해 탈취해간 꾼들의 몰인정에 치를 떨어야 했다.
눈뜨고 코만 베가는 세상은 그래도 양호했다.

당뇨 때문에 외식도 못하고 점심 도시락을 당뇨 식단으로 싸가지고 다녔던 남편이
여자에게 홀려 다닐 때는 외식도 하고 들어 오더란다.

이제, 더 이상 우려낼 게 없다. 싶으니 전화도 안 받고 사무실도 폐쇄하고 도망가 버린 일당들
이후 매달 은행 이자 몇백만 원을 감당 못하니 집을 팔 수밖에ᆢ
넓은 아파트에 화려 했던 가구들 시골 언니네로 보내기도 하고 버리기도 했단다.



그 충격으로 남편은 갑자기 하반신에 마비가 와 반신불수가 되어 요양원으로 보냈단다.
집에서는 가녀린 몸으로는 덩치 큰 남편을 감당할 수 없어서란다
원수 같은 사람 꼴도 보기 싫었을 것이다
인생수업도 젊은 나이에 하는 거지 늦은 나이에는 죽음으로 직행하는 걸 왜 모를까.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기도 하지만
욕망의 동물이기도 하다
기왕에 세상에 나온 거 탐ㆍ진ㆍ치ㆍ불교철학,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지복(至福)을 누리다 가야 되지 않겠나.


헤어 질시 간, 서울에서 전세는 남의 재산 불려주는 거고 작아도 내 집은 내 재산 불리는 거니 전세 만기 끝나면
나와 함께 변두리라도 집을 보러 다니 자고 약속했다.
이후, 로켓처럼 오르던 집값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어디까질까 관망 중이다.

** 남편은 작년 8월에 요양원에서 숨졌다. 80 초반에..
삶은 고통! 오히려 구원받았다는 그리스인 조르바 말이 생각났다.**

친구는 유족연금 150만으로 살고 있다.
(연금도 일부 받아써서 저것밖에 못 받는단다.)
편견인지 모르지만 이북사람 특유의 여자 무시하고 독단적인 카리스마, 노예생활에서 벗어난 게 어딘가.
엊그제도 만나 명동 성당도 가고 명동 칼국수도 먹어가며 지난 세월을 잊어주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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