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이웃들

친구 딸,

앤 셜 리 2023. 1. 31. 23:08

2023.1.11일 수요일.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리원

갑자기 전화가 왔다
친구 딸에게
뵙고 싶다고 11일 수요일 시간 어떠시냐고?
얼떨결에 승낙해 놓고는 그래도 괜찮나 젊은애가 점심 먹자는데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나가도 되는지
그냥 해본 소릴 수도 있을 텐데..
나는 참 단순하다 머리 돌릴 줄은 모른다
있는 그대로 그날 다른 약속이 없었기에
덥석 그러마라고 했다.

친구가 누구냐면 이웃들 폴더에 "세상수업"
이란 제목으로 포스팅한 적도 있다.
'우리들은 언제 죽어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잖아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젤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한 가지씩만 말해보자'는 내 제안에
"이혼하지 않고 지금까지 인내하며 살아온 것이
오늘을 사는 보람"이라고 했던 친구다.
요즘은 학구열에 불타 가뭄에 콩 나듯
만나는 것도 어려워진 친구.
대신 딸 지현이가 만나자는 제안이다.

급하게 교보문고에 책 한 권 주문하고
(오전에 주문했는데 저녁에 배달되었다)

이금희의 새해 말하기 5 계명.

1. 낮게 천천히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가 중요.

2. 미사여구(×) 쉬운 말(○)
상대에게 맞는 언어 선택

3. 문장대신 키워드
문장을 통째로 외지 말고 핵심 단어를 기억

4. 더하기 말고 빼기
100장 분량 자료 조사 후 1장으로 압축해 활용

5. 초행길 내비게이션처럼
후배가 물을 때까지 기다려라.


마침 읽고 싶었던 책이라고 지현이가 좋아했다.

친구는 딸만 둘이다.
나에게 밥을 사줘서가 아니라 두 딸을
잘 키웠다.
큰딸은 경찰, 둘째는 카토릭대학 직원이다.
직장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인성을 말하는 거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실제로 바쁘기도
하여 제부모도 못 챙기는 세상인데 엄마 친구까지 챙기는 건 드문 일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한 때 인연이 있던
사이라도 아무 때고 연락만 하면 만날 수 있다는 여유로 살다 영영 못 만날 처지에서야
만나서 식사라도 한번 할걸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부터도 그랬다
이런저런 이유 없이 생각난다고 만나자는 건
성숙한 사람이거나 용기 있는 사람,
둘 중 하나다.
나는 또 배운다 젊은 애들에게..
내가 챙겨야 될 사람은 누구인가.

포털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우리는 조기 창가에 앉았었지요.
선물로 받은 면 스카프

경찰딸은 밤샘 근무하고 아줌마 만난다니까
늦게 합석했다.
면 스카프 선물을 내밀었다.
순간 멀쩡한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랬다
멋진 곳에 초대해 준 것도 벅찬데
언제 이런 선물까지 챙겼냐며 자나친
고마움에 어른이지만 몸 둘 바를 몰랐다.
옆에 친구가 휴지 한 장을 뽑아줬다.
나는 주책이다.

이 겨울, 햇빛이 반짝반짝한 찻집(늘솜당)에서 차를 마신 후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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