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책.

모순

앤 셜 리 2023. 12. 27. 17:05

대통령 앞에서 울어버린 청년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엄창환 대표가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
단체 초청회 간담회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정책 달라진 게 없다"라고 말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젊음의 정열을 퍼부을 일자리를
달라는데 대책 없는 나라님.
갈수록 심해지는 청년들의 기회 상실과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양극화 속에서
부가 세습되고 신분이 고착되는 부조리.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의 변혁은 불가능하다는 체념일까.
도전의지를 잃어버리고 좌절에 빠진걸까.
얼마나 북받치는 설음이 있기에 전 국민
앞에서 눈물이 터졌을까 저항 불능의 환경 때문일까
덩치 큰 청년의 눈물에  tv화면을 보는 나는 누를래야 누를 수 없는 안타까움에 덩달아 눈물이 뚜르륵~~ 이유는 모르지만 슬픔, 형언할 수 없는 아픔 같은 것이 전신으로 느껴졌다.
얼른 고개를 돌렸다.
옆에 있는 남편이 골려먹을 게 뻔한 일.
(나온다 나온다 엄마 또 운다 둥)
울다가 머쓱해지는 게 싫다.
청년이여  좌절말고 이 어려움을 극복  승화시켜 단단한 새 시대의 주인공 되기를..


양귀자의 소설 모순(矛盾)에서
주인공 안진진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이 직장을 얻는데 내 안간힘은
전혀 소용이 닿지 않았다
이모부의 지나가는 한마디는 엄청난 위력이 있었다
이모부는 전화 한 통화로 내 직장을 해결했다"
소설 속 얘기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아주 우수한 청년들 빼고는 빽 없는
보통의 청년들은 가뭄에 콩 나듯 기회가 와도
어른들의 인맥으로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ᆢ
처음부터 누구누구 정해놓고
나머지 지원자들은 취업사기 당하는 꼴
높으신 어르신 앞에서 그동안 겪었던
설음이 북받쳤으리라.
 
"사람이 세상에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 구절도 있다.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 왜 자꾸 아이만
낳라고 재촉하는 걸까.
모순된 세상에..

"모순"은 작가 양귀자 1998년 작품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도 가물가물하다.
주인공은 25세 미혼 여성 안 지진.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일란성쌍둥이다.
엄마는 시장에서 잡다한 물건을 팔며 망나니 남편을 부양하는 신세지만, 이모는 고민이 없는 게 고민인 부잣집 사모님이다. 세상에 재밌는 건 하나도 없고 잠도 못 자고 울증으로 늘 약으로 버티며 산다. 소설은 안진진과 그의 엄마, 이모 등 여성의 삶을 집중적으로 그려가는 내용이다. 끝내 이모는 생을 자살로 마감하고 엄마는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간다.
삶의 모순,
이치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세상 곳곳에서 일어난다.
2023년, 12월
이 책이 지금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다고 한다.
독자층이 10~30대 여성이란다.
사람 씨가 말라가는 세상에
가임부 2,30대 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책을 읽을까. 미리 너무 많이 알아버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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