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책.

테레사 수녀의 번민

앤 셜 리 2009. 3. 13. 14:36

190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던 ‘말기 결핵환자 요양원’에서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 있었다.

 대형 저울 위에 간이 침대를 설치한 다음 임종을 앞둔 결핵환자를 눕혀놓고 그가 죽는 순간 저울 눈금에 변화가 있는지 지켜 봤다.

 

 실험을 주관했던 의사는 “환자의 죽음과 동시에 몸무게가 4분의 3온스 줄었다”며 이는 영혼이 육체를 떠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숀 펜 주연의 영화 ‘21 그램’은 바로 영혼의 무게 ‘4분의 3온스’를 미터법으로 환산한 것이다.

 ▶이 실험은 그리 정밀하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았다. 여섯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그 결과가 전부 달랐다. 그 실험말고도 영혼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최근엔 영국과 스위스의 신경과학자들이 가상 현실 실험을 통해 혼이 몸을 떠난 것과 같은 착각을 느끼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영혼이 몸 밖으로 떠나는 ‘유체 이탈’ 경험이 사실은 두뇌가 받아들이는 감각 신호의 혼란에서 오는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죽음만큼 확실한 것이 없고, 언제 죽음이 올 것인가 하는 것만큼 불확실한 것도 없다.” 초기 기독교 교회의 사상가였던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죽음은 인간이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원초적 공포다.

 그래서 인간은 거의 본능적으로 전지전능한 신(神)과 사후(死後)세계, 영생(永生)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에서 위안을 받는다.

 

 ▶그러나 신에게 귀의해 구원을 얻고자 하면서도 끊임없이 신앙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흔들리기도 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신의 존재를 확인하기가 어려우니 아예 신을 부정하는 주장도 나온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종교에서 주장하는 신의 개념은 착각이자 망상이라고 했다.

 

 ▶‘살아 있는 성녀(聖女)’로 불렸던 테레사 수녀가 50년간이나 신앙의 위기를 겪었다는 내용의 책이 나온다고 한다. 고해 신부에게 보낸 40여통의 편지에서 “(예수님을)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는다”며 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저는 우리 주님이 쥐고 있는 몽당연필에 지나지 않습니다”며 평생을 신에게 바친 테레사 수녀가 보통사람과 다름없는 고민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번민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신의 소명을 저버리지 않고 사랑을 실천했기에 테레사 수녀의 삶이 더 빛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