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제한된 생리적 수명앞에..

앤 셜 리 2010. 5. 5. 23:27
현재일(작성일) : 2009.08.27 20:47

 제한된 생리적 수명앞에..

 

그토록 考終命을 바라셨는데..

몸과 혼이 성해서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떠나고 싶어 하셨는데..

절제된 생활이 그러실 수 있을거라 믿었는데..

 

노환으로 식욕이 없거나 무릎이 아프셔서 그렇지 특별히 고통스러울 정도로 괴로운 병은 없으셨다

불치병이나 치매 같은게 아닌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감사했었다.

 

지난6월22일 아침 급작스런 전갈에 달려 가니

다른분에 의해 병원에 모셔져 있었다

종일 시달리며 검사 받으시고

며칠후 결과는  노환으로 온 빈혈이셨다

 

수혈을 받으시고 물과 미음을 넘기면서

옆에 있는사람 식사 걱정까지 하시고

나아지는듯 하여 곧 퇴원 하시겠지 기대 했는데

갑자기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겨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 점점  나빠져  의식도 희미한 상태로 변하더니

헛소리를 하시고 내가 누구냐고 눈을 마주치며 물어도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에 응답이 없으시다

급기야 인공호흡 인공 영양제 주입등으로 기계로

벌써 두달이 넘게 생명을 연명하고 계시다

 

속수 무책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고생을 하셔야 되나

차라리 집에서 버텨 보시게 할걸 그랬나 후회도 하며

할머니는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알고나 계실까

이 연세면 이제 그냥 가셔도 될텐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원망이나 회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편하게 쉬고도 싶으시겠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오락가락하며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드리고

묶여졌던 팔을 풀러 주무르고 허리와 다리의 자세도 고쳐드렸다

방광에 매달린 튜브까지....이런걸 원하시지 않으셨는데..

애틋하고 슬퍼진다

 

무의탁 노인으로 한국노인복지회와 마사회 후원금의 혜택을 

늘 고마워하시며 철저한 신앙생활과 감사함으로 사시는

1912년생인 할머니이시다

18살에 시집오셔서 자녀없이 살다가 28살에 남편과 사별하고

남의집 식모살이로 김밥 장사로 조카 뒷바라지만 하시다가

그조카도 자기 살기 바뻐 돌아보지 않아

노후엔 정부와 사회복지 단체에서 물질적 정서적 후원으로

비교적 안락한 삶을 사셨던 분이시다

 

조금 아까 같았던 20여년전의 나와의 인연..

할머니의 기구했던 삶의 역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고

아파서 입원했다 퇴원한 나의 핼쓱한 모습에 눈물을 흠치시는

할머니께  "할머니 죄송해요~ 할머니 앞에 아파서"하며

서로가 속정을 나누며 지내왔는데..

 

지금은, 제한된 생리적 수명앞에 그분이 평생하신

기도의 응답이 있기를 그분이 하신대로

또 기도 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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