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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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火葬)

앤 셜 리 2010. 6. 4. 10:41

화장(火葬) “추도식은 간소하게 치르고 몸은 화장해 조국 산하에 뿌려달라.”

1976년 떠난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유언했다.

 화장을 당연하게 여기는 중국이지만 유골을 뿌리는 건 드물었다.

 

저우는 국가 지도자 유골이 서열대로 쌓이는 팔보산 혁명공묘의 비좁은 틈에 끼어들기가 싫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비행기를 타고 저우의 유골을 창공에 날렸다.

1997년 덩의 유언도 저우를 이었다.

 “내 유해는 바다에 뿌려달라.”

▶1999년 대서양의 마서스 비녀드섬 앞바다에 케네디 대통령의 외아들 존의 유골이 뿌려졌다.

 존이 탄 비행기가 추락했던 바다에 그를 보내기로 케네디가(家)는 결정했다.

미 해군 브리스코함에서 열린 존의 수장식(水葬式)은 미국에서 매장을 줄이는 밑거름이 됐다.

 1970년 4.6%였던 미국의 화장률은 2003년 32%로 뛰었다.

2025년엔 45%까지 올라갈 것이라 한다.

 

▶최종현 SK 회장은 생전에 “헬기를 타고 출장을 다녀 보니 나라가 온통 무덤으로 덮였어.

 이대로는 안 되겠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무덤 2100만기가 국토의 1%가 넘는 3억970만평을

차지하는 게 걱정스러웠다.

 

묘지 면적은 온 나라 주택 면적의 절반에 이른다.

1998년 최 회장의 유해가 유언대로 벽제 화장장으로 향하면서

 화장에 대한 사람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화장률이 52.6%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장률을 앞섰다.

 1970년 10.7%였던 화장률이 35년 만에 5배 뛰었다.

 젊은 세대가 갈수록 조상묘 관리를 꺼리는 데다

묘지대란(大亂)에 대한 걱정과 화장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요즘엔 화장을 넘어 자연장이 늘어난다.

2004년 김장수 고려대 농대 학장 유골이 처음으로 참나무

 아래 묻힌 뒤 ‘수목장(樹木葬)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생겨났다.

 ▶영국에선 유골 위에 장미꽃을 심는 장미묘원이 인기다.

 독일에선 유골의 40%가 나무에 뿌려진다.

 동·서양 가리지 않고 영혼이 자연 속에서 숨 쉬게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오늘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 되셨다…

나도 죽어 자작나무 되어/ 별을 먹은 나무 되고 싶다’(정끝별·또 하나의 나무).

사람들이 국토와 후대(後代)에 짐이 되는 매장 대신 화장과 자연장을 선택하게 하는 데엔

 지도급 인사들의 솔선이 큰힘이 된다.

 우리 역대 대통령 가운데 묘를 쓰지 않는 이가 나올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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