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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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살롱] 溫陽鄭氏

앤 셜 리 2010. 6. 12. 15:20

유불선(儒佛仙) 삼교(三敎) 가운데, 유교의 모델 인격은 공자나 맹자와 같은 성인(聖人)이고,

불교의 모델 인격은 부처, 선교의 모델 인격은 신선(神仙)이다.

우리나라에서 선가(仙家)로 유명한 집안이 온양정씨(溫陽鄭氏) 집안이다.

이 집안은 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선가의 가풍을 유지해 왔다.

신선이 되는 것을 인생의 궁극적 목표로 삼아 왔던 집안이다.

그 시작은 북창(北窓) 정렴(鄭 ·1506~ 1549)이다. 북창은 조선조 단학(丹學)의 비조(鼻祖)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가 남긴 ‘용호비결(龍虎秘訣)’은 오늘날까지도 단전호흡에 관한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다. 간단명료해서 좋다. 북창의 동생이 고옥(古玉) 정작(鄭?·1533~1603)이다. 정작은 유의(儒醫)로서 의술에도 밝았다. 선조 때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만드는 총책임자였다. 허준이 정작 밑에 있었다.

‘동의보감’의 사상적 특징은 인체의 하단전(下丹田)에 뭉쳐 있는 정(精), 중단전의 기(氣), 상단전의 신(神)을 중요시하는 체제에 있다.

이는 온양정씨 집안에 내려오던 선교(仙敎)의 수련법이 ‘동의보감’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

금송당(琴松堂) 정적(鄭?·1537년 전후), 십죽헌(十竹軒) 정담(1517~1561), 만죽헌(萬竹軒) 정현(1526~?), 총계당(叢桂堂) 정지승(1550~1589), 무송당(撫松堂) 정회(1568~?), 동명(東溟) 정두경(1597~1673)이 모두 온양정씨로서 조선 단학파(丹學派)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이 밖에도 북창·고옥과 종형제(從兄弟) 간에 해당하는 계향당(桂香堂) 정초(1495~1539)와 정돈시(1756~1785)도 선가의 인물이다.

계향당 정초는 죽을 때도 방에 꼿꼿하게 앉은 채로 비승(飛昇)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당시 세간에서는 온양정씨 집안의 북창·고옥·계향당 세 사람을 일컬어 ‘일가삼선(一家三仙)’이라고 불렀다.

이번에 신라명필 김생(金生·711~791)의 글씨가 8세기의 진품으로 확인되었다. 이 김생 글씨를 그동안 가보로 보관해 왔던 이화여대 정재서(55) 교수가 바로 온양정씨 집안으로서, 북창 정렴의 15대 종손(從孫)이다.

정 교수가 ‘산해경(山海經)’을 번역한 것도 집안 가풍의 영향이다.

 

정재서 교수의 동생인 정재겸(52)과 정재승(49)도 단학도인(丹學道人) 권태훈 옹의 제자였으며, 현재 계룡산 상신리에 칩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