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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시"

[스크랩] 황홀한 모순 / 조병화

앤 셜 리 2011. 3. 29. 14:21

 

황홀한 모순 조병화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 훗날 슬픔을 주는 것을, 이 나이에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기쁨보다는 슬픔이라는 무거운 훗날을 주는 것을, 이 나이에 아, 사랑도 헤어짐이 있는것을 알면서도 사랑한다는 것은 씻어 낼 수 없는 눈물인 것을, 이 나이에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헤어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적막 그 적막을 이겨낼 수 있는 슬픔을 기리며 나는 사랑한다, 이 나이에 사랑은 슬픔을 기르는 것을 사랑은 그 마지막 적막을 기르는 것을!

 

사랑한다 저 적막을 가르는 말들 풍경들 간격들 사람들 그리고 그리고

내 마음을 가다듬지 못한 서러움 같은 것, 쓸쓸함이라든가 적막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언제나 나를 찌르는 무기가 된 다는 것을 난 기억해야만 한다.

사랑한다, 쓸쓸한 그 사람을, 홀로 더욱 쓸쓸하다고 쓸쓸함을 자처하여 고립된 사람,

그러나, 그 누구도 그를 구해줄 수 없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사람들 속으로 기어들어간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고립 안에서 넉넉하게 설 줄을 알아야만 한다.

그럼으로 사랑한다, 내 소중했던 오십의 세월들아

스스로 자폐되어 들어간 그 딜레마에서 이제는 너 홀로 걸어나와야만 하는 것이다.

오늘밤에도 난 여전히 고립의 방에서 선뜻 나서질 못하는데

어떤 한 사람도 자기의 구석진 방에서 울고 있는데

그래도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해주려무나 사람아

내 어여쁜 사람아

20080125금요일JR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진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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