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이런 놀랄 일이

앤 셜 리 2020. 8. 24. 08:40

부천에 사는 언니에게 일어났던 일

2020년 8.21일 금요일, 보건소에서 날아온 문자 한 통에 화들짝 놀랐다
내일 아침 10시까지 보건소로 나와 검진 받으라는 메시지였다
내가 왜??   tv뉴스에서나 들었던 코로나의 선별 진료
대상이라는 게 이해가 안됐다 갑자기 닥친 현실에 아찔하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점점 좁혀오는 불안과 함께 내가 왜 검사대상이 됐는지 경로가 궁금했다

그제, 무릎이 좀 아파 파스를 사러 약국에 들른 게 화근이었다
그 약국에 확진자가 다녀갔단다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다 보니 그렇단다

이튿날 보건소 가는 날, 장소가 어딘지 알고 가야겠기에 보건소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여기로 오지 말고 부천 종합 운동장으로 가라고 했다
확인하길 잘했지 보건소로 어디로 헤맬뻔했다

택시를 타고 검진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2미터 간격으로 서 있는 줄이
끝이 안 보인다. 날은 후덥지근하고 다리는 아프고 ㅜㅜ~~~
2시간 만에 내 차례 기본 체온 체크하고 목은 안 아픈지 숨쉬기는 괜찮은지
기침한 적은 없는지 세세한 질문과 답에 체크하고 옆 자리로 이동
기다란 면봉으로 코 깊숙이 점액을 채취하고 목도 최대한 깊이에서 뭔가를 훑어냈다

이 여름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방수 포대 같은 거로 칭칭 감싸고 진료하는 의료진들을 보니
정말 고생들 하는구나 자식처럼 마음이 찡하고 안쓰러웠다

낼 아침 9시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 하며 검진 끝났다는 홀가 분도 있고
여유 있게 지하철 타고 집으로 왔다 홀가 분도 잠시 집에 오니 몸도 지치고
불안이 엄습했다 음성 일지 양성 일지 조금 전과는 달리 자꾸 나쁜 쪽으로 기울며
불안을 사서 하고 있었다 빨리 내일 아침이 왔으면ᆢ

남들보다 늦게 아들 하나 낳아 공부시켜 사법고시 합격하고 장가까지
들어 보석 같은 손주도 보고 착한 며늘애까지 나를 흡족하게 해 주어
내 인생에 봄날이 요즘이구나 하며 감사 감사를 입에 달고 사는 중이다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어 늘 겸손하고 조심조심! 나름 어려운 이웃들을 챙기며 보람도
느끼며 사는 재미에 세월 가는 게 아까웠다 이런 나를 누가 질투하고 시샘하는 걸까
밤에 잠은 안 오고 공상은 이성을 떠나 엉뚱한 쪽으로 자꾸 확장되어갔다
70까지 몸고생 마음고생하다 이제 평안해진 삶을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이리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도저히 잠이 안 와 수면제를 먹었다
깨고 보니 겨우 새벽 2시다 다시 지옥이다

지루한 밤이 지나고 드디어 통보 오는 날 가슴이 떨리고 초조하다
9시다 카톡음이 들린다 메시지 안에 천국과 지옥이 들어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 "서설 송님 음성입니다"
할레류야가 저절로 나왔다 지옥에서 탈출한 기분!ᆢ 다시 내 세상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고해준 모든 의료진께도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싶다.

검진과정도 맘고생이 이렇게 심한데 모든 것을 겪고 지금 병원에 계실
전국의 확진자분들께 위로를 드리며 속히 씩씩하고 환한
모습으로 제 자리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드렸다. 힘내세요~~


** 상황을 듣고 정리해줌
사진은 조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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