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책.

우리는 벌레(오스탕스부인의 죽음)10

앤 셜 리 2022. 6. 30. 09:24

인간이란 얼마나 이상한 기계입니까? 그 속 에빵. 물고기, 포도주 당근 같은 걸 채워주면 이게 한숨이나 웃음, 꿈이 되어서 나오잖아요 무슨 공장처럼 말이지요

삼부스러기 같은 오스탕부인의 머리카락.
십자가는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렸을 때만 특효약이 필요한 것처럼, 먹고 마시고 사랑할 동안에는 별 쓸모가 없는 게 그리스도인인 것처럼, 여자는 그리스도를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 줌 흙이야. 배가 고픈 것도 알고, 웃기도 하고, 키스도 하던 한 줌의 흙. 흙 한 덩이면서도 사람을 울리던 것 지금은 어떻게 됐나 우리를 이 땅에 데려온 악마는 누구고 이 땅에서 데려갈 악마는 또 누군가!
ᆢ조르바가 오스탕부인의 죽음 앞에서ᆢ

우리는 우리 내부에 잠든 죽음과 공포라는 망령을 깨우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심했다

망금정


세계라는 게 무엇일까?
세상의 목적은 무엇이고 한순간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해서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조르바에 의하면, 인간이나 사물의 목적은 쾌락을 찾는 일이었다 육체가 사라진 다음에도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은 남는 걸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우리가 영원불멸을 원하는 것은 우리가 영원 불멸하다는데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우리 짧은 인생에서 뭔가 영원 불변할 것을 섬기고 싶어 하는 데서 시작된 건 아닐까?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 어디 그 얘기 좀 해보세요. 요 몇 년 동안 당신이 청춘을 불사르며 읽어온 책에 마법의 주문이 잔뜩 쓰여 있었겠죠
모르긴 해도종이 오십 톤은 씹어 먹었을 텐데 그래서 뭘 얻으셨나이까?
대답하기 어렵습니까
조르바가 다그쳤다
조르바 우리는 벌레예요 엄청나게 큰 나무에 붙은 아주 작은 잎사귀. 또 거기에 붙은 작은 벌레 말입니다.
이 조그만 잎이 지구예요
다른 잎들은 우리가 밤이 되면 보는 별이지요 우리는 이 조그만 잎 위에서 불안하게 꿈틀대며 조심스럽게 살피는 거예요

필연에 순응하고 그 필연을 자유의지의 행위로 바꾸라고 한 이는 누구던가
그것이 해탈이나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비참 하지만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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