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 앞에서..
어린 시절, 잠든 딸자식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주근깨를 걱정하셨던 부모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어린 딸은
어느새 이마에 주름 생기고
당신들이 살아보지 못한 나이를 살면서
두 분 제 상에 올릴 나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주어도 내주어도 샘물처럼
솟아나는 사랑
마침내 그 사랑의 샘이 말라
더 이상 내줄 게 없을 때 홀연히
자식 곁을 떠나셔야만 하는 부모님
자식을 섬기는 입장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 이 어리석음 앞에
할 수 있는 일이란 겨우 이것밖에 없어
예수님, 석가모니, 공자님, 쏘크라테스,
내 안에 모시던 분들보다
더 으뜸이란 걸
진작에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제상 앞에
두 번 절하기보다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은 오늘입니다.
음력시월열사흘.
** 동생 댁이 매년 혼자 제사 준비하는 게
안쓰러워
누나들이 전과 나물들을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