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아름다운 자연

동네(구로생태공원)

앤 셜 리 2023. 6. 11. 20:34

이웃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 계세요?
집에 있는데 왜?
바쁘지  않으면 지금 아파트 후문 쪽으로
나와 보세요. 여기 코스모스가 엄청 피었어요.
그래?
보다만 신문을 접어 놓고
작은 생수병 두 개를 챙겨 나갔다.

와~알록달록 정원이 눈앞에 가득!.
한 해가 다해가는 서늘한 계절에 가느다란 목으로 한들한들 마음까지 애잔했던 코스모스는 잊은 지 오래.
유월초입에 눈부신 초록 배경의  코스모스가 작은 미풍에 흔들리고 있었다.
집에서 7분 거리에 온갖 꽃들이
넘실대고 있는 동네 공원

지하철 있는 앞길로만 다녔지 뒤쪽 이곳엔 올일이 없던 곳이다.

이웃이 여기라고 하는 곳은, 구로개봉유수지생태공원이다.
"유수지는 비가 많이 올 때 물을 가두어 배수량을 조절하고, 갈수기 때는 물을 흘려보내 이용하려고 만든 곳"이라고
팻말에 쓰여 있다.

그 넓은 서울식물원에서도 보지 못했던
벌, 나비는 어찌 많은지..
하얀 나비들의 날갯짓, 어지러울
정도로 꽃 위에서 신이 났다.
노랗게 피어있는 어리연 연못을
지나는데 참새떼들이 일체 하늘로 날아오른다. 뭘 하다 놀랐는지
본의 아니게  우리 발걸음이
훼방꾼이 되었나 보다.
까치와 까마귀는 더 높은 하늘을 나르고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논다
가끔 연못이 찢어질 정도로 소리를 지를 땐 반드시 근처에 고양이가 있더라.

아이들은 잠자리채 들고
올챙인지 나비인지 잡으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애를 쓴다.
나무밑에 유모차세우고 스마트 폰 보는 아기엄마는 여유로워 보인다.
원두막 평상 위에는 먹을 거 잔뜩 앞에 놓고 동네 아줌마들 대여섯 명이 수다 삼매경.
아장아장 아빠 손잡고 나온 아가는
저도 신기한지 퐁퐁 샘솟는 물줄기 앞에서 폴짝폴짝 뛰어본다.

보이진 않아도 이곳엔 온갖 곤충들이 서로 공생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둥지틀 나무도, 흙도 벌레도 물도 꽃 진 자리에
열매도 풍성할 것이다. 지금은 유채꽃이 씨앗을 잔뜩 머금고 있다.
버드나무 물푸레나무 뽕나무 마가목 등등
날아다니다 힘들면 쉴 곳과 놀 곳이 작은 생태공원에 널려 있다.

"꽃 찾아 이산 저산 헤매다 돌아와 보니
집 앞에 매화꽃이 피었다"더니
내 동네에 자연과 사람의 낙원이 숨어 있는 걸 이제야 알았다.

바람결에  뻐꾸기의 슬픈 곡조는 생명이 왕성한 이 밝고 명랑한 곳에 까지 와닿았다.

동네 정원에 작은 생태계가 생기고 자연은 생각보다 가깝게 우리주변에 있다.

구민 쉼터를 멋지게 디자인하고 정성스럽게 가꿔주는 손길에 무한한 감사 드리며..

댑싸리
부처꽃

노란 가리연꽃이 가득 피어 있는 연못. 가만 보니 온갖 새들이 파닥파닥 몸을 씻고 물도 먹고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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