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끝자락, 동네 평생 학습관 프로그램에 "포토북 만들기" 강좌가 올라왔다. 책을?
어떻게? 내가? 무겁고도 낯선 장르다
살아가는 생기가 점점 약해져 갈 때 뭐라도 부딪쳐보자 신청을 했다.
출판의 문턱을 낮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나만의 독립출판 플랫폼을 교보문고 퍼플에서 제공해 준다는 강사님 서두다.
수강생 10명
여행, 사진, 육아, 그림, 시, 에세이, 등산 각자 자기만의 색깔로 도전!.
가이드 자료 PDF를 다운로드하여 강사님 따라 필요한 자료 꺼내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강사님은 그러셨다 간판 만드는 어느 분은 자기만의 노하우를 설득력 있게 아들에게 남겨주려고 독창적으로 책을 만든 분도 계셨다고...
나는 세상과 관련된 기술도 없고 이 시대 키워드도 아닌 지난 십여 년 손녀딸 둘을 키우며
모순된, 힘들기도 찬란하기도 했던 시간들,
할머니 노릇의 고달픈 기쁨을 어찌 잊을까.
이미 써놨던 글과 사진을 정리하여 만들면 될 것 같았다.
책에는, 인생, 역경, 고단, 삶의 지혜, 역사 등 감동과 재미가 있어야 한다.
나는 누구나 아는 얘기 겪어본 얘기 나만의 스토리, 돌봄+육아하며 사는 얘기다.
"세상에 와 젤 훌륭한 일은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다"라는
말을 자부심 삼아 시작 했다.
책 쓰기 작업 순서
주제 탐구 및 선정 - 제목 결정 - 책의 얼개 만들기 - 목차 작성 - 자료 수집 - 집필 - 글 다듬기 - 책 다듬기 - 탈고 - 마무리.
도구창에서 보기나 서식을 골라
사용하는데 무궁무진한 기능에 헷갈리기도 벅차기도 했다. 간단한 어법, 떼쓰기, 맞춤법은(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이용했다. 사진 편집, 폰트, 액자, 선 없음 있음 그림 앞으로 보내기 뒤로 보내기 등등, 언어 기술, 교정과 교열까지 스스로 하다 보니 책 모양새가 될지 걱정 되었다.
오늘은 됐다 싶다가도 이틑 날 보면 잘못 쓴 게 보이고 그러면 잡초 뽑듯 뽑아내고 잘라내고 다시 붙여 넣고 또 들여다 보고 볼 때마다 미흡한 게 보이고..
젤 많이 사용했던 컴퓨터 단축키는 Ctrl+Z.되돌리기(복구)와 Ctrl+C 복사와 Ctrl+v 붙여 넣기 기능이었다.
두 달여, 씨름하다 나중에는 자포자기 내던지듯 접수해 버렸다.
교보에서 제공한 구격대로 안되면 수정해서 다시 보내라고 메일이 온단다.
보내고 며칠이 지났는데 교보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어 어떻게 된 건지 강사선생님께 질문하니 그러면 통과된 거란다. 얏, 한 번에 통과다.
서문
천진(天眞)은 하늘의 진리라 했나요. 천진난만한 동심의 시절, 다시 못 올 시간, 이 찬란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글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천진하게 노는 아이들의 유년 시절도, 그 풍경을 흡족하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절도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모든 추억들은 시간의 유한성 때문에 더 아름답습니다. 함께 한 순간들을 사랑과 감사로 채우고, 아이들이 자라서 세상의 기둥이 되기를 소망하는 할머니가 만든 책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표현은 미흡합니다.
세상은 고해의 바다라 했습니다. 팔자가 늘어져도 소용없다 했습니다. 고해의 바다에서 하윤과 하린이가 지치고 힘들 때, 어릴 적 고향 찾듯 돌아와서 행복했던 모습, 겁날 게 없었던 그 시절에 받았던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을 충전했으면 합니다. 추억을 담은 책 한 권이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부적(符籍)이 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주문한 지 열흘쯤 후 집으로 책 도착
어머, 생각보다 잘 나왔네. 책 표지도 종이질감도
컬러사진 색감도 교보문고 매대에 있는 것 못지않았다. 내용이 문제라 그렇지
ㅎㅎ
나는 욕심 많은 할머니다.
작가도 아닌 내가 책을 받아 들고
드는 생각이다.
책 만들었다는 소식에 언니가 나도 보게 한 권만 달라고 했다.
"언니에게 도움 되는 책 아니야
궁금하면 나중에 우리 집 왔을 때 보여 줄게".
343페이지, 온 에너지로 만든 책
딱 한 권만 주문했다.
집을 지어본 사람이 다음엔 집을 더 잘 짓듯 집 설계처럼 다음엔 좀 더 잘 만들 것 같다 고쳐서 두 권만 주문할거다.
아이들 몫으로 한권씩만.
주문형 도서니 얼마나 편리한가.
교보문고에 감사하고 세상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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