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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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心月相照

앤 셜 리 2010. 6. 3. 17:01

조용헌 살롱] 心月相照

▲ 조용헌 불혹(不惑)의 나이 이전에는 태양의 밝음이 좋았지만, 불혹 이후에는 달빛의 유현(幽玄)함이 가슴에 들어온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중년에 들어서면서

‘달을 희롱한다’는 의미의 농월정(弄月亭)

,

 ‘달을 보고 웃는다’는 소월정(笑月亭)을 지어놓고

달과 함께 놀았다.

 매월 보름이 가까이 오면 가슴이 설렌다.

 이번에는 어디에 가서 보름달을 감상할 것인가.

 달을 감상하는 데도 몇 가지 차원이 있다.

처음에는 천중월(天中月)이다.

하늘에 둥실 떠 있는 달을 보는 단계이다.

 천중월 중에서 가장 압권은 몇 년 전 타클라마칸

사막을 여행하면서 본 달이다.

사막과 달은 최고의 궁합이다.

 그 다음에는 산중월(山中月)이다

. 동쪽의 앞산 위로 서서히 보름달이 올라오면서

 주변을 달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보는 단계이다.

 동산 위로 달이 살짝 얼굴을 내미는 순간이 절정이다.

산중월 다음에는 수중월(水中月)이다.

 물속에서 일렁거리는 달을 즐기는 차원이다.

 달을 보기 위해서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물을 바라보면서 월인천강(月印千江)의 이치를 음미한다.

수중월을 보려면 배를 타야 한다.

 수중월을 즐기는 사람이 어디 없는가 하고

수소문을 해보니 장성군 삼계면의 ‘함동 호수’에서 호젓하게 수중월을 즐기는 처사가 하나 있었다.

 수월처사(水月處士) 김형규씨다.

 함동호수는 둘레가 12km이다.

그는 이 호숫가에 산다.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삼우정(森友亭)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다가, 달이 커지기 시작하는

 초열흘 무렵부터는 호수에서 배를 타고 혼자 논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 배의 크기는

 두 사람이 타면 알맞을 정도이다

 

. 배 안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구(茶具)도 함께 싣고 호수 가운데로 노를 저어 간다.

호수 가운데로 가면 모기도 없다

. 아무도 없는 컴컴한 호수에서 달빛을 받으며 마시는 작설차는 일품이다.

‘달은 차 도둑’이 된다.

 ‘달이 일렁거리면 내 마음도 따라서 일렁거리고,

달이 잔잔하면 내 마음도 잔잔하다’는 게

수월처사의 소회(所懷)이다.

수중월 다음에는 무엇인가.

심중월(心中月)이라고 한다.

마음속에 있는 달을 발견하면, 만리나 서로 떨어져 있어도 심월(心月)이 상조(相照)한다.

이번 보름에는 어떤 달이든지 간에 달을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