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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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서쪽 담을 따라 걷는 길.

앤 셜 리 2010. 6. 4. 10:28

▲ 경복궁 서쪽 담을 따라 걷는 길.

 

 한적할 때는 마치 그림 속으로 끝없이 걸어

들어가는 기분에 빠지게 된다.

- 경복궁, 창덕궁, 진관사, 백사실 ‘강북 건축가’를 자처하는 황두진씨의 걷기는 창덕궁에서 시작한다.

 

 원서동을 거쳐 가회동 한옥 사이를 누비다 삼청동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총리공관~청와대 앞~경복궁 서쪽 담을 따라 걷다

보면 건축사무소가 있는 통의동에 도착한다.

 

 “한 2시간쯤 걸리는 산책 코스랍니다.

” 가을, 길이 우리를 부른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서울이지만 혼자 걷기

 좋은 길이 곳곳에 뻗어 있다.

 

◆ 낙엽 낙엽 낙엽… 화랑로 노원구 화랑로는

 낙엽 길로 유명하다.

 잎사귀 넓은 버즘나무 1000그루가 삼육대까지 7km

나 뻗어 있어 가을이면 운치를 더한다.

10월 중순부터 낙엽 길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다.

6호선 화랑대역부터 시작해 삼육대 정문까지는

느린 걸음으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왼쪽 길로 걷다 보면 ‘아리아스’나

‘이스턴 캐슬’ 같은 레스토랑을 만난다.

 오른쪽 길 옆으로는 숲과 농장이 펼쳐진다.

 좀 더 한적하게 걷고 싶다면 태릉 푸른 동산이나

삼육대 안에 있는 호수까지 가 보는 것도 좋다.

가는 길:6호선 화랑대역 1번 출구, 삼육대 방향 7km

 

◆ 이별의 길, 삶의 길… 망우리 공원 가을을 심하게 탄다?

인생 무상? 그렇다면 망우리 공원 묘지에 가볼 것.

 ‘사색의 길’이란 이름이 붙은 산책로가 삶과 죽음에 대해

 모처럼 골똘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꼭 그렇게 감정을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

작은 골짜기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걷는 내내 함께

하는 근사한 산책길로 생각해도 그만이다.

주말에는 공원출입관리소까지 늘어선 차들로

다소 복잡하지만 산책로는 차량 출입이 제한돼 걷기 좋다.

아스콘 포장 된 4.7km의 산책로를 느긋하게 걸으면

 2~3시간 가량 소요된다. 시인 박인환·의학자이자

국어학자인 지석영·화가 이중섭·독립운동가이자

시인 한용운·아동문학가 방정환의 묘도 찾아보자

(관리사무소에 문의).

 한숨 돌리기 좋은 지점은 동락천 약수터. 가는 길

:7호선 상봉역 5번 출구, 버스 201번 270번 262번 등

이용 망우리고개 하차.

망우산 방향으로 10분.

 

◆ 서울서 만나는 시골 풍경… 진관사 길 행정구역상 서울. 그러나 풍경은 서울일 리 없다.

진관사 가는 길은 가을의 낭만을 만끽하러 가는 진입로다.

초입부터 끄트머리에 있는 진관사까지 천천히 걸으면

30분 정도 걸린다.

 잿말길 방향으로 시골길이 펼쳐진다.

나지막한 집과 함께 길 양 옆으로 주말농장이 늘어서 있다.

 느린 걸음으로 10분. 언덕을 넘어서면 나무 터널 길을 만난다.

 슬슬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새 소리에 취해 10분 정도 더 걷다 보면

언덕 위 오른편에 북한산 매표소가 나타난다.

 입장료 1600원을 내고 통과. 진관사 계곡을 가로 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길 끝에 진관사가 보인다.

 

 풍경 소리 은은한 경내에서 이제 막 퍼지려는

 북한산의 단풍을 감상하다 보면 온 몸으로 가을을 만나게 된다.

 가는 길: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 버스 7724번 진관사 입구에서 하차

◆ 비밀의 정원… 부암동 ‘백사실’ “백사실(白沙室)은 옛날 벼슬 못한 선비들이 글 읽고 세월 보내던 곳이여.”

(부암동 주민 김광택씨의 말). 자하문 고개서 북악산길로 우회전하자마자 바로 왼편 능금나무길로 들어설 것.

환기미술관 이정표 따라 가다 방앗간이 나오면

오른편 길로 접어든다. 주민들은 “조금만 가면 나온다

” 하는데 ‘한참(30~40분)’ 가야 나온다.

 걷다보면 ‘응선사’와 ‘정혜사’로 길이 갈린다.

 응선사에서 더 들어가다 보면 구멍가게가 하나 나오는데 거기서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곧 흙 길이다. 바위에 새겨진 ‘백석동천(白石洞天)’

네 글자를 찾았다면 다 온 것이다.

 ‘백사(白沙) 이항복’의 별장 터여서 ‘백사실’이라 한다는 말도 있다. 밤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도토리나무, 잣나무….

 그리고 연못이 있다. 수초가 가득하고 밤송이가 동동 떠있다

. 근처에 주춧돌이 몇 개 보이고 돌 계단이 연못을 향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옛날에는 정자가 있었나 보다.

 길에서 만나는 아담한 폐허라 왠지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