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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 조광조의 대한민국 엿보기

앤 셜 리 2010. 6. 4. 10:31

정암 조광조의 대한민국 엿보기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덕목에 성공해야 한다

. 첫째가 용인(用人)이라,

 사람을 쓰는 인사 정책이 바로 서야 하고,

 그 다음이 백성들을 배부르게 먹고 살게 하는

이재(理財)라고 했으니 경제정책이 성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덕목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통치자의 식견과 표준이 바로 서 있어야 한다.

 중종 12년 4월 4일의 조강(朝講)에서 있었던 일이다.

 특진관 이자건이 임금의 면전에서 아주 혹독한 직언(直言)을 입에 담았다.

 “강원도에는 서리가 오고 눈이 내려 보리가 얼어 죽었다 하고,

 여러 변괴가 나타나고 겹쳐서 끝이 없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성상께서 성심이 지극하지 못하여

그런가 싶습니다.

 

” 자연의 재해까지도 임금의 실덕(失德)에서

 기인되었다는 칼날 같은 직언이다.

 절대 군주인 임금의 면전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행동을 수반한 지식인’이라고 한다.

 

 행동을 수반한 지식인이 없으면 사회의 기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중종 임금은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가 있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가려서 쓰면 됩니다”라고

정암 조광조가 대답하자,

 중종 임금은 나는 군자와 소인을 구별할 수가 없노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이어지는 조광조의 대답은 더욱 절묘했다.

“군자는 겸손하여 스스로 숨어 살고자 하기에 알아보기 힘들고, 소인은 아는 척 나대기 때문에 눈에 잘 뜨입니다.

 

” 얼굴을 붉히면서 난감해 하는 중종을 향해 조광조는 엉망으로 뒤엉킨 현실 정치를 타개하는 방책을 제시한다.

 “지금 조정 안에 나이 든 재상(宰相)은 옳다

 하고 젊은 대간(臺諫)은 그르다 하여,

 하나의 시비 속에서 조금만 뜻에 맞지 않으면 반드시 반목하여 서로 헐뜯어 위아래가 결리하게 되니,

 

 신은 재변(災變)이 생기는 것을 조정의 불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나이 든 재상은 젊은 대간 보기를 자제처럼 하고,

 젊은 관원은 나이든 재상 보기를 부형처럼 하여,

 상하의 사이에 꺼리고 숨기는 일이 없이

 서로 바로잡고 경계하여 엄숙하고 화기로 채워진다면, 자연히 군자가 진출하게 되고, 소인은 물러나게 될 것입니다.

 

” 480여년전, ‘조선왕조실록’에 등재된 내용이지만, 지금의 대통령이나 정부, 혹은 정당, 국회의원들이 시들어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살리는 명분으로 삼아야 할 천금 같은 말이다.

 

 조광조는 또다시 중종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식견과 표준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통박한다.

 “전하, 밝은 임금은 대간의 말을 좋아하고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지 않으나,

 어두운 임금은 자신의 의견을 행하기를 좋아하고 대간의 말을 돌보지 않게 마련이옵니다.

 

 지금 대간들이 간절히 논계하고 사직하는 것은 충정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상을 주고 감복하게 해야 할 것인데,

전하께서는 오히려 

 이는 어두운 임금이 하는 일이옵니다.

 전하의 성덕과 학문으로 이처럼 극도에 이르실 줄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 비교해 보면 안다. 어찌 이리도 같을 수가 있는가. 조광조가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뒤틀린 현실을 보지 않고서야 어찌 이 같은 말을 입에 담을 수가 있는가.

 

 역사를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완벽한 대답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