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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土宗大學

앤 셜 리 2010. 6. 6. 08:15

조용헌 살롱] 土宗大學


▲ 조용헌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대학이나 하나 세우고 죽어야겠다는 염원을 평소에 품어왔다. 그 대학 이름은 ‘토종대학’(土宗大學)이다. 토종(土宗)에는 3가지 뜻이 담겨 있다.

첫째는 ‘토종’(土種)의 의미이다. 수천 년 동안 내려온 한국의 토종문화를 보존하고 가르치는 대학이다. 한국인의 의식주 전반에 걸쳐 토종이 과연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배우는 대학이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민초(民草)들이 주체가 되는 대학이다. 토(土)는 밑바닥을 의미한다. 셋째로 종(宗)은 중심과 근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중심이 되려면 아우르고 포용을 해야 한다. 빈부와 유무식(有無識)에 관계없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건학 이념이다. 토종대학의 장점은 캠퍼스와 건물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등록금도 필요 없고, 학력과 나이제한도 없다.

그렇다면 대학을 어떻게 운영하는가? 토종대학은 점 조직으로 운영한다. 지금 한국의 곳곳에는 골짜기마다 수백 명의 고수(高手)들이 포진해 있다. 이 고수들의 전공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계룡산에는 전통무술의 고수가 있는가 하면, 경남 김해에는 전통염색의 고수가 있고, 진주에는 전통비방을 연구한 대체요법의 고수가 있다. 또 전남 벌교에는 오행쌀을 30년간 연구한 쌀의 고수가 있고, 전주에는 ‘설장구’의 고수가 있고, 서울 우이동에는 암벽 등반의 고수가 살고 있다.

현재까지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고수들은 대략 30명 정도 된다. 어찌 우리나라에 고수가 30명만 있겠는가. 적어도 수백 명은 있으리라고 본다. 지금 생각으로는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고수들을 300명까지 발굴할 예정이다. 300명이면 300과목의 커리큘럼이 성립되는 셈이다.

토종대학의 학생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들 고수들을 방문하면 된다. 요즘은 주 5일제이다. 한국은 도로 사정이 좋아서 2박 3일이면 전국 어디나 갔다 올 수 있다. 이들 고수들은 대체적으로 시골이나 산 근처에 살면서 별도의 자기 공간을 가지고 있는 수가 많다. 주말이면 이 고수들을 찾아가서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바로 학습이요 인생 공부이다. 한국에도 이만한 대학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