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잘있는 찌개 냄비 들어내
까스불에 올려놓고 끓이다가
홀랑 다 타버렸다
냄비 뚜껑까지 새카마질동안 내 코는 뭘했는지
며늘애가 시집올 때 해온 반짝반짝한 스테인레스 냄비를
그래놨으니 힘들여 닦을 걱정보다
수 빠트릴 짓을 한 내가
한심스러워 속이 상했다
검은 점 하나 없이 닦어 놓으리라 하고
물에 불렸다가 우선 두꺼워진 검은 적을 박박 긁어낸후
쇠쑤세미로 죽어라 문질러댔다
이게 뭐람!!
오늘 반나절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아가의 신비한 재롱에 홀리면
오감이 마비 될수도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