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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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을, 잘 가요, 안녕,

1박 2일, 속초여행. 2024.11.15~16일 가을 나무들, 저물어가는 계절에 군살 하나 없는 나무가 그렇게 부러웠다. 나무 밑에서 많이 서성였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춥고 먼 길을 가자니까 될 수 있는 대로 간편한 몸가짐을 해야겠어서 잎을 다 떨궈버리는 나무들, 내년봄에 연둣빛 새 잎을 밀어 올리기 위해 이제껏 꼭 쥐고 있던 붉고 노란 잎들을 아낌없이 놓아버리는 모습이 장하게 보였다. 끌어안아 볼까 하다 사람들 시선 때문에 손으로 쓰다듬기만 했다. 살만큼 산 사람이 얼마나 더 오래 살고 싶어 나무의 기를 받으려고 끌어안고 있나 젊은 사람들 눈에 거슬릴까 서다. 기껏 살아봐야 몇십년 사는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몇백 년을 살아야 되는 나무는 얼마나 힘들까 천둥과 번개 가뭄과 홍수 나름 산전수전 다 겪으..

아름다운 자연 2024.11.19

쌈장과 알밤

ᆢ오늘의 일기ᆢ 차명희 당숙모님께. 대뜸 지난 추억으로 인사드립니다. 한국노인복지회 보수교육 때 끈끈한 혈연인 줄로만 알았던 가족 간의 법률문제를 쉽게 요약한 강의 잊지 못합니다. 딱딱한 주제를 술술 실 풀듯 호흡도 발음도 명쾌한 강의 십수 년 전 얘긴데도 어제인 듯합니다. 고모님편에 보내 드린 거 올봄에 부천 큰 언니가 담은 막장입니다. 메주가루, 보리, 고춧가루와 씨, 소금, 매실청 등으로 보존료 같은 거 없이 집에서 만든 거라 짭니다. 막장 두어 숟갈에 양파, 버섯, 마른 새우 (집에 있는 온갖 야채)에 뜨물이나 멸치육수를 조금 넣고 마지막엔 청양고추를 넣어 바글바글 끓여서 밥 비벼 드셔도 좋고 호박잎 쌈장이든 어떤 쌈장으로도 담백합니다. 간장 빼지 않고 담은 거라 그런 거 같습니다. 조금 드리고 ..

나의 이야기 2024.10.24

열흘 간의 만남. 1

서문 형식에 관계없이 오현스님과 신경림 시인이 10여차례 만나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스님들의 삶, 시인의 생각, 서로 묻고대답하는 형태의 글. 신경림ᆢ1935년 충북 충주 동국대 영문과 졸업 농무,새재, 길,가난한사랑 노래, 쓰러진자의 꿈,뿔,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 민요기행, 시인을 찾아서 1,2, 등이 있다. 조오현 경남 밀양 1932년 출생 1939년 절간 소머슴으로 입산, 산에서 살면서도 산을보지못하고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시와시조 백여편을 썼다. 지금은 말을 너무 많이 하여 혀가 빠져버려 내설악 백담사 무금선원에 기거하고 있다. 이책 발행일 2004년. 절 입구에서 백담사까지는 7키로 신경림 시인 ᆢ풍광이 너무 좋아 피곤한줄 모르고 걸어왔다 오현스님ᆢ2018년 ..

책. 2024.10.19

여의도 밤 하늘 불꽃놀이 유감

하늘은 부모 흰색이든 황색이든 검든 우리는 천지를 부모로 둔 형제다 신은 한분이듯 하늘에 별을 함께 보듯 우크라이나 & 러시아 이스라엘 & 하마스 전쟁으로 붉은 피 낭자한데 날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팔다리가 잘려나가는데 대한민국 여의도 하늘엔 저들이 들으면 모골이 송연해질 펑펑 번쩍번쩍 불꽃 축제가 웬 말인가 하늘에 달도 별도 움찔 놀랄 일이다 살아서 지옥을 겪는 저들이 내 가족 내 형제라고 생각해 보면 안 될까 마음에 자비가 있다면 가슴조리며 지켜봐야 할 날들에.. 백만 인파가 추모의 물결이 되어야지 동참은 못해도 숙연해야지 하늘을 향해 우와우와~ 환호성이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귀에 들어갈까 무섭다.

창작 시 2024.10.10

金剛처럼 고집 센 상남자, 그가 그린 웅대한 한국의 山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근대 한국화단의 큰 봉우리… 금강산의 화가 소정 변관식 한국화가 소정(小亭) 변관식의 별명은 '변고집'이었다. 하도 고집이 세서 그랬다. 일화는 수없이 많다. 1930년대 강원도 고성 석왕사에 있다가 마을로 내려가 술을 마시던 중, 주막 옆 역에서 기차가 들어오는 걸 보더니 갑자기 경성에 가고 싶어졌단다. 막 출발하는 경성행 열차를 잡아타려니 일본 순사가 뜯어말렸고, 힘 세기로 유명한 변관식은 그 순사를 때려눕혔다. 경성 태화관에서 열린 화가 모임에서 총독부 일본인 고위 관료가 기생을 농락하며 장난질을 치자 혼쭐내고 식탁을 뒤엎어 버린 일도 있다. 1950년대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가 '나눠 먹기'식으로 운영된다며 신문에 폭로한 일, 국전 심사위원 간담회에서 제도권 화가의 젠..

신문스크랩 2024.10.07

먼곳에서 온 편지

먼 곳에서 온 편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지만 늙정이 몸이 감당을 못해 더 이상 몸을 혹사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와 있습니다 하루 두 번, 아침 등교 시간 퇴근시간 젊은 사람들 출퇴근 시간에 붐비며 오고 가다 보면 몸은 벌써 지치고.. 약하게 태어난 몸 원망도 하며 최선을 다하며 안간힘을 썼습니다 끝은 어디일까 언제까지일까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새까만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 떨어지는 순간의 공포를 이긴 것입니다 할머니라는 자리 엄마라는 자리 과감히 놓으니 홀가분합니다 나를 위해 애도하지 마십시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곳 고뇌 따위는 없는 곳 여기가 내 안식처입니다 나를 위해 슬퍼 마십시오 그대들 덕분에 견딜 만했는데 보답도 못하고 나만 여기 편히 와 있고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우울증에..

창작 시 2024.09.27

챗 GPT에 물었다

챗GPT' 켜고 떠난 팩트체크 속초 여행 스마트폰을 열고 ChatGPT(이하 '챗GPT')를 실행시킨다. 매년 똑같이 보내는 여름휴가가 지겨워 이번 여름휴가 땐 챗GPT 속 AI 비서를 '임시 고용'해보기로 했다. 챗GPT는 Open AI(오픈에이아이)에서 2022년 11월 말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우선 일주일간 '무료 체험판'부터 써보기로 했다. 어차피 휴가는 일주일. 휴가 끝나고 해고(구독 취소)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드는 음성을 선택하고 가성비 여름 휴가지부터 물었다. 제주도·속초·부산·경주…. 질문을 조금 달리해도 제주도와 속초가 상위를 차지했다. 비서와 함께라면 조금 색다를 수 있겠단 기대에 속초로 정하고 질문을 이어간다. "속초 여름휴가 가성비 코스를 추천해 줘." AI 비..

신문스크랩 2024.07.24

속삭임 (오탁번시인)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지금 우리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 있는 것 같다 왜냐면 엊그제 하늘나라 가시는 이어령 교수님을 배웅하셨던 오탁번 시인의 유고시집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새 뭔 일이 있었기에.. 유고 시집이라니.. 시집의 제일 첫머리엔 시 "옛말"이, 마지막엔 시 "속삭임 9"가 놓여있다. 옛말은 선생의 태어난 집과 유년시절 가족에 대한 추억을 담은 시다. 속삭임9는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 쓴 아홉편의 시다 고인의 유작 시 --옛말-- 잠결에도 꿈결에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내 옛말의 들머리는 백운면 평동리 바깥 평장골 169번지 호적등본만 한 우리 집이다 남아있는 사진 하나 없지만 그냥 잿빛으로 눈앞에 떠 오르는 내가 태어난 우리 집이다 1951년 정월..

책. 2024.07.15

운이 좋은날일까 나쁜날일까

지난 일요일 수원 조카딸 결혼식에 갔다가 식장에서 자리를 옮기다 고꾸라지는 불상사가 생겼다. 다행히도 아들이 차를 가져와 집에는 쉽게 왔다. 무릎과 팔목만 다친 줄 알았는데 차에서 내리는데 왼쪽 발등도? 절뚝절뚝! 집에 올라와 살펴보니 오른쪽 팔목 무릎. 왼쪽 발등은 부어 있었고 엉덩이 반쪽은 시커먼 멍이 차지했다. 발목은 걸을 때만 아픈데 무릎과 팔목은 푹푹 쑤시고 아프다. 짝지가 지난번 엘리베이터 문 닫칠 때 부딪혀서 병원에서 진통소염제 타온 약이라고 아직 먹어도 괜찮은 날자니 이거라도 먹어보라고 내줬다. 아픈 게 더 센지 진통제 약이 소용없다. 손가락도 움직이고 붓지 않은 걸 보면 뼈는 괜찮은데 아프다. 일요일이니 병원도 못 가고 집에 있는 약을 바르고 압박붕대를 감아 얼음 찜질하며 팔을 끈으로 매..

나의 이야기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