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이웃들

윗집악동, 층간소음

앤 셜 리 2022. 1. 8. 09:40

**************************
정원아, 메리크리스마스!
밑에 집 할머니야
착한 동심에게 올 크리스마스 선물로
목도리 만들었어
세 가지 칼라로 만들었는데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너를 왜 착한 동심이라 했냐면 지난여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내 동생이
뛰어서 죄송해요
조심하라고 하는데 자꾸 뛰어요" 그랬지
깜짝 놀랐어 네 입에서 그런 의젓한
말이 나올지 상상도 못 했거든
우리만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니라 뛰어다니는 동생 때문에
누나도 힘들구나~ 하는데
20층 문이 열려 할머닌 얼른 내렸지
몇 살 누나의 대견스러운 말, 그때 답이
이 목도리야
※ 혹시, 세탁하게 되면 클리닝이나 울 세제로
하라고 엄마한테 말씀드려 제 일 모 직실이라
그래

그리고 코알라
동생 준성이를 닮았어
통통하고 귀엽게..
코로나 때문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엄마한테 누나한테 야단도 맞고
조심하느라 애썼다고 쓰담쓰담
할머니가 선물로 주는 거라고 전해줘
내년엔 조금만 덜 뛰어주면 고맙겠다고도
전해주렴.
지상에서 젤 예쁜 누나에게...
2021년. 12.24일 밑에 집 할머니가.

바로 윗집,
열 살 누나는 차분하고 누가 봐도 모범생이다
다섯 살 남동생은 덩치가 커서 별명을 아기총각이라 지었다 ( 맘속으로만)
조용하면 집이 비었구나 하고
다다다 쿵쿵거리면 왔나 보다
짐작한다.
딱딱한 공을 갖고 노는지 발망치인지
콩콩콩 딱딱딱 따르르 구르는 소리
거실에 매트도 깔아놓고 엄마가 날 만나면
먼저 죄송하다고 하니 아이
조심시키란 말이 안 나온다
자기 아이 때문에 우리가 힘들어하는 걸
알고 있다고 할아버지께도 전해준다
공동주택에서
지켜야 될 도덕적 의무를 부모가
챙기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그래도 예민한 할아버지는 집으로
전화할 때도 있고 심하면 급하게 봉으로
천장 쪽을 두드리기도 하고 처음엔
현관문에 포스트잇도 붙이곤 했다
나는 태연하고 자기만 짜증 나는 게
약이 오르는지
만나면 인사만 하지 말고 야단도 치라며
화까지 낸다
우리가 단독에 살지 않고 공동주택에
사는 한 불편해도 좀 감수하며
살아야지 하윤하린이도 자라면서 뛰지
않았겠냐며 아래층에서 배려해 준
덕이라고 날카로워진 신경을 무뎌지게
진정시켜 준다.

이러다 보니 나는 쿵쿵거리는 게 힘든 게 아니라
할아버지 말리는 게 더 힘들 때도 있다
어느 때는 관리소에 연락한다고 든 수화기를
뺏어 놓을 때도 있고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차 있는 것 같으면
그냥 두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하모니카나 오카리나
아코디언등 악기 연습할 때
방문 닫고 현관문 닫고 나가서
들어보라고 한다
밖으로 소리가 얼만큼 새나가는지 들어 보라는
얘기다 당신이 그러다 보니 남이주는
민폐를 못 견디는 거 같다
전염병으로 놀이터에 나가 놀지
못하고 집에 있다 보니 우리도 딱하지만
아기총각의 처지도 딱하다

길에서 총각 가족을 만날 때가 있다
엄마가 할머니께 죄송하다고 인사드려하면
달덩이 같은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싱싱카타고 냅다
달아나버리는 귀여운 악동
일생에서 젤 행복한 유년시절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기
웬만하면 나는 이 아이에게 태클을 걸고
싶지 않다.

코로나시대도 빨리 가고
아기총각도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

'이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미동 진달래 동산  (0) 2022.04.13
오미크론이..  (0) 2022.03.17
문학에도 가짜가(4)답장  (0) 2020.01.23
문학에도 가짜가(3)  (0) 2020.01.23
문학에도가짜가(2)  (0) 202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