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나의 이야기

독일 고모님께

앤 셜 리 2012. 3. 13. 21:50

 

독일 고모님!

오랫만에 글을 올립니다

먼저 편지로 인사를 드렸어야  되는데 뻘쭉 사진만 많이 보내드린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젠, 아이패드로 한글을 읽으실수 있다하니 다행입니다

 

헤아려보니 고모님을 뵌지가 26년이나 되었네요

그 때, 공항에서 플레트홈으로 나타샤와 게아다와 함께 사라진후 눈물이 그리 쏟아지더니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다시 만나는건 고사하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도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말입니다

앞만보고 내달린 삶들을 돌이켜 보며 오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세월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경철이가  장가를 들어 자식도 생기고

그때 고모님이 오셨을때 뵌 제 나이가 되어갑니다

경호도 다커서 둥지를 떠난지오래고..

 

오빠도 낙천적 성격은 여전하시고 건강도 하시지만  외모는 70대 노인이 되어있고

저도 펑퍼짐한 할머니가 되어 손녀딸로 인한 바보 할머니가 되어있답니다

 

보내주신 몇장의 사진을 보며 고모부님은 원래 낯설지만 나타샤도 전혀 몰라보겠고

고모님 모습도 한장에선 옛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책상위에 앉아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모르겠더라구요

홍콩이나 중국의 낯선 부인을 마주 대한는것 같았습니다

어찌나 낯설은지 경철이에게 그사진 고모님 맞느냐고 물어봤더니

하하~ 웃으며 아빠하고 똑같으시더만 왜 몰라 보시느냐고 하더라구요~ㅎㅎ

 

어느 육친보다 자주 만나 정을 나누고 힘든일 어려운일 서로 챙기며 살아야 될 사이인데

이렇게 얼굴마저 낯설어지다니 참 사는게 뭔지 기가 막히더군요~

하지만, 강산이 두번 반이나 지나는 동안 변한건 모습뿐이지 건강은 여전하신것 같아 

감사함과 함께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고모부님 눈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셨던 같은데 요즘은 경과가 좋아지셨다는 소식도

반가웠습니다

 

이젠, 삶의 중심에서 벗어나 가족이, 동기간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몸으로 마음으로

오롯이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수 없는 외롭고 서러웠던 어린시절의 일들을 말로써라도 풀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오빠는 지금도 동대문 어머님 얘기만 나오면 먹을거 나눠줄때 영진이 까지만 주고 옥자는 주지 않았다고 어머님을 원망하십니다

 다른건 다 늙어가고 희미해져가는데 그 기억만은 아직도 새파란 젊음인가 봅니다

 어려웠던 시절 내자식 챙기는건 본능적 행동이었을거라는 것을 이제와선 이해도 됩니다

 

꼭!꼭! 한번 나오세요~

더 늦기전에..

석양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리한 여행은 힘이 들겠지만 서서히 오래 머무시면서 고국과 가족의 품에 안겨 보십시요

저희도 애들키울때 처럼 힘든 시기는 지났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세요

 

내가 태어났을때 처음 보았던 햇빛 바람 흙냄새를 느껴 보세요

새가 둥지를 틀때도 자기가 태어난 방향으로 둥지를 틀고 말들도 자기가 태어난쪽을 향해 서있는다 합니다

이렇게 애틋한 고향을 등지고 어언 수십년......................................................................

덕택으로 고국은 살만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여기 붙박이로 사는 사람조차도 변화를 못따라갈 정도로..

부분적이지만 지나치게 살만한 나라 입니다

전 옛것이 좋습니다 뭐든지..간직했던 옛 추억들이 자꾸 사라져가니까요

 

마냥 할 말이 많습니다

지금처럼 고모부님과 함께 늘 건강하시길 빌면서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품 안에 자식  (0) 2012.04.07
나타샤에게  (0) 2012.03.13
아이야~  (0) 2012.03.06
신형이와 하윤이<사촌>  (0) 2012.01.31
어찌하면 좋으냐  (0) 201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