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 전, 조카가 태어났다. 아이의 할아버지는 아이의 뒷모습 사진을 문자로 보내며 말씀하셨다. "유주가 바다라는 단어를 배운 곳". 사진을 다시 보니 바다였다. 아이가 있는 곳은 해변이었고, 앞에는 바다가 있었다. '바다에 간 유주'라고 하지 않고 '유주가 바다라는 단어를 배운 곳'이라고 하셔서 기억에 남았다. 새삼스레 깨달았다. '바다'라는 단어는 비로소 바다를 만나 완전해지는 것이다. 아닌가? 바다라는 대상은 '바다'라는 단어가 있으므로 안전해지는 건가? 세상의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름들을 배워나가는 일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평면이었던 세상이 입체가 되고, 내가 그 세상을 이룬다는 깨달음도. 그래서 아이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고 하나 싶었다. 종종 그 사진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