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2022/03 6

전지전능한 분께,

산다는 것은 이상한 사건이다 탄생하고 죽어 가는 것이 분명 나라는 주체를 통해 일어나고 진행 되고 있음에도 내 자신의 탄생이나 죽음에 대해 서명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오겠다 청구서 쓴일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미지의 세계로 왔다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이 난해한 사태에 통곡 할 곳도 따질곳도 없이 태어난 이상 어떻게든 살아 내야만 하는 숙명 그중에 앓고 죽는 양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도록 슬프다. 전지전능한 분께, 생의 중생들을 궁휼히 여기사 당신께 가는 길 만큼은 꽃 길 허락하소서. (죽음을 응시하며 진통제로 하루하루 지내셨을 이어령교수님을 뵈며) 생애 마지막 남는 것은 눈물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마치는게 삶이다. 내가족과 이웃의 눈물로 생을 마감할것이다 이어령 ᆢ고인의 명복을 빕니다ᆢ ..

나의 이야기 2022.03.28

이 아이들은 바다를 볼 수 있을까

24개월 전, 조카가 태어났다. 아이의 할아버지는 아이의 뒷모습 사진을 문자로 보내며 말씀하셨다. "유주가 바다라는 단어를 배운 곳". 사진을 다시 보니 바다였다. 아이가 있는 곳은 해변이었고, 앞에는 바다가 있었다. '바다에 간 유주'라고 하지 않고 '유주가 바다라는 단어를 배운 곳'이라고 하셔서 기억에 남았다. 새삼스레 깨달았다. '바다'라는 단어는 비로소 바다를 만나 완전해지는 것이다. 아닌가? 바다라는 대상은 '바다'라는 단어가 있으므로 안전해지는 건가? 세상의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름들을 배워나가는 일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평면이었던 세상이 입체가 되고, 내가 그 세상을 이룬다는 깨달음도. 그래서 아이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고 하나 싶었다. 종종 그 사진을 생각한다..

가족 이야기 2022.03.21

오미크론이..

우리나라가 오미크론 세계 선두를 달린다더니 며칠 사이에 확진자가 내 근처에도 마구 생긴다 옷깃만스쳐도 감염이라네 너도나도 바이러스인 셈이다. 처음 코로나 발생때는 보건소에서 3시세끼 따끈한 도시락에 필요한 생활소품들 휴지 음료수등 지원해주고 격리생활 끝나면 위로금까지 지역에따라 3,40만원을 받았다는데 요즘은 워낙 많다보니 각자도생이다. 검사 받을때도 줄이 얼마나 긴지 만만찮다 받고나서도 이틀후에나 결과가 나온다 보건소에 재촉하면 사람들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또 이틀후에나 어느어느 약국에서 약 찾아가라고 문자가 온다고 한다. 우리 사부인 내외는 머리가 뻐개지도록 아프더니 나중엔 목이 심하게 아프고 콧물도 나고 현재는 기침이난다고..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다 복용중에 뒤늦게 보건소에서 보낸 약을 먹..

이웃들 2022.03.17

비대면 수업

가끔 잠이 오질않아 수면제를 먹는다 먹으면 좋은데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질 않고 어질어질 하다. 그래서 버티다 새벽2시부터 새우고 아침에 하린일 맞이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온라인으로 집에서 수업 하린이는 도와달라는 말도없이 알아서 코드꽂고 밀크티 연결 한다. 아침밥 먹고 9시에 줌 수업 시작 2학년1반, 생기있고 환한 아이들이 화면으로 쏙쏙 나타난다 반갑게 인사하고 선생님이 출석을 부른다 한 반 22명, 한명한명 이름 부를때마다 높고낮은 음표로 대답한다. 얼굴이 안보여요 소리가 안들려요 채팅창이 안떠요 선생님은 컴퓨터 기술자도 아닌데 학생 옆에 있는것도 아니고 아슬아슬한 시간이 흐르고.. 나는 본의 아니게 화면 속 교실 풍경을 보게 되었다. 1교시 수업은 국어시간 "병원알아보기" 국어교제 "아플때 가는..

하린이 2022.03.17

시간의 공력(하린이)

어제 사부인댁 내외분이 오미크론 확진자가 되었다. 아범이 낼 출근하면서 하린이 일찍 데리고 온단다. 오늘 아침7.40분 아빠와함께 쾌할하게 도착 하린이는 오자마자 공부할 상을 펴네. 나는 부억에서 아침밥 짓고 8.40분 손잡고 학교 등교! (등교시간은9시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10분정도) 교문으로 들여보내고 시장들려 장을 보고 왔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점심 급식도 중단 하교도 빠르다 11.10분 할아버지가 학교 후문으로 픽업하러 가셨다가 학부모들도 없고 아이들도 나오지 않아 이상하다 싶어 교무실로 문의 하니 11.50분이란다. (1학년 신입생에게 정문은 양보하고 2학년 하린이는 후문으로~ ) 시간을 잘못 알아 바람맞고 집으로 와서 10분 앉았다 다시 가서 데려오니 정오12시!. 하린이 배고프다고 난리다 ..

하린이 2022.03.14

이 사람아

이 사람아~ 자네를 보낸지 사흘이 되었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이렇게 또 살고있네 자네가 나를 위해 상복을 입어 줘야지 내가 상복을 입고 자네 영정앞에서 통곡을 한지도 말일세 이젠 더 이상 불행하지 않아도 될 위안과 서러움 안도의 울음이었네 아깝고아까운 사람!.. 성직자도 아닌 사람이 성직자 같이 산사람! 시신까지 기증해 마지막 인사도 못하게 한 사람! 큰교회 주일학교 교장에 헌금도 젤 많이하면서도 교회 허드렛일은 도맡아하던 사람 강남에서 아이들 영어학원 운영하며 돈을 벌어도 자기 사치엔 돈을 아꼈던 사람 인생을 백프로 이타적으로 살다간 사람!. 가족이 아닌 남이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한사람만 있어도 성공한 삶을 산 사람이라는데 동서 장례식엔 많은 사람들의 눈 자위가 붉어져 있더군..

가족 이야기 2022.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