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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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위에서..

추석이 지나고 나서야 지상에 완연한 가을이 장착되었습니다. 비도비도 그렇게 오더니 온갖 오염물질 구석구석 씻어 냈는지 아파트정원 나무들 사이를 스쳐 온 맑은 가을바람은 세상을 온통 산소통으로 만들었습니다. 옷깃을, 살갗을 살랑살랑 건드리는 기분좋은 감촉 지나간 폭염에 얼마나 힘들었냐며 위로해 주는 듯합니다. 봄은 밑에서 오고 가을은 위에서 오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작년에도 그랬듯 나는 오늘도 하늘을 보고 고맙다고 웃었습니다. 끄떡하면 아래역으로 윗역으로 애들 데리고 여행 다니던 아들이 웬일로 빨간 글씨 긴 연휴에도 집에 있네요. 다녀봐도 서울이 젤 좋다라는 걸 느낀 거 같습니다. 하루 걸러 세 번을 우리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한 번은 은진이가(며늘) 코스트코에서 사 온 퓨전 음식들 진공팩에 (꼴뚜기..

나의 이야기 2023.10.18

기사식당

-- 광운대 근처 -- 기사식당 길가에 작은 식당 기본 메뉴, 자글자글 제육볶음, 김치, 동태, 갈치찌개 등 주문하고 밥, 반찬, 물은 셀프라네 거리의 기사님들 8천 원 싼 가격에 집요했던 엄마 손맛 그리움 채우고 허기진 배 맘껏 채우고 일터로 돌아가네 땅따먹기 위압적 건물은 아니어도 십자가는 없어도 성직자는 없어도 작은 공간 식당부부 숨찬 몸짓 여기가 구세주 계신 곳이네 호텔, 스테이크 한 조각 십이만 원 허세가 대부분 맛으로도 가격으로도 비교 안되네 작은창자 채우는 일 두 시간 후면 사라진다네

창작 시 2023.10.14

모기

저게 뭘까? 먼지일까 모기일까 욕실에 걸려있는 수건 끝에 없던 점이 보인다. 앉아서 째려본다 쳐다만 보다 화르르 날아가는 불상사가 생기면 낭패잖아 일단 때려 보자 작전을 세워야 한다. 진짜 모기라면 내 굼뜸으로는 어렵다 왜냐면 벽에 붙어 있는 게 아니고 수건과 벽사이가 십 센티는 떠 있는 상태라 그렇다. 잠자는 남편 깨우기도 그렇고 밖으로 모기채를 가지러 가자니 그새 날아갈 게 뻔한 일. 내 손바닥을 믿어보자 숨을 모으고 기를 모아 희끄름한 물체를 힘껏 내리쳤다. 친 상태에서 한번 더 비볐다. 쿠션 있는 수건과 벽 사이에서 기절했다가 손을 떼는 순간 날아가 버리는 모기의 순발력을 알기 때문이다. 놓쳤을 거야 별 기대 안 하고 손바닥을 서서히 뒤집었다. 헉! 빨간 피가 벽에도 손에도 선명하게 묻었다. 짜브..

나의 이야기 2023.09.13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책에도 명품이 있구나~ 제목부터 앤티크한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묘한 향수에 젖으며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작가 민병일씨는 늦깎이 39세 때 독일유학. 2004년까지 8년 동안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시각예술 공부에 몰두. 이 대학 설립 250여 년 이래 가장 빨리 석사까지 마친 두 번째 유학생이었을 만큼 공부에도 뛰어났다. 독일 사람들은 100년 가까이 된 오래된 물건들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주말이 되면 독일 전역에서 삶과 문화가 순환되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작가는 주말마다 수집한 램프, 몽당연필, 사발시계, 액자, 바이올린, 만년필, 진공관 라디오, 고서, 무쇠촛대, 찻잔 맥주잔, 연필 외, 등등 사진들과 더불어 각 사물에 얽힌 역사와 시대, 쓰임, 스쳐간 사람들의 정까지 듬뿍 담아낸 ..

책. 2023.09.09

불교·무속·민속 넘나들며 韓 기층문화 그린 박생광

화가는 하늘로부터 유일한 재능 하나만 가지고 지구로 유배온 인간인가 내가 아는 대부분 화가들은 가난하고 사기 당하고 비참하게 살다 가신분들이 많다. 게다가 작가의 손을 떠난 그림은 예술품이 되어 부와 명성은 자본가들의 몫이 된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주 주말 매거진 "김인혜 살롱"에 한국화의 대가 "박생광" . 이분 역시 고단한 삶을 살다 가셨다. 빈세트 반 고흐도 노력했지만 다른 건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신은 당신을 비참하게 살라고 재능을 준 걸까요". 그렇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시대를 잘 못 타고난 거 같아요 미래 사람들을 위해 저를 화가로 만드신 거 같아요 "그림을 왜 그려요?" 생각을 멈추려고요 고흐가 어느 사제와 나눈 대화중. 몸무게 40㎏의 작은 사내는, ..

신문스크랩 2023.09.05

뭐가뭔지 모르겠다

어젯밤까지도 잘 보던 넷플릭스가 갑자기 오류가 생겼다며 화면이 캄캄하다. 왜일까? 나름 노력 했는데도 도무지 복구가 안된다. 할 수 없이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냈다. "계정 페이지로 가보셔요" "갔었지 근데 뭔 말인지 모르겄어" "그 화면 사진 찍어 보내주세요" "이 화면 말고 넷플릭스 계정요" 크롬 말고 익스플로러나 에지로 넷플릭스에 접속해 보세요 내가 찍어 보낸 화면을 보고 뭐가 문젠지 알았는지 이 화면이 올라왔다. 영상에 순차적으로 설명은 나오는데 화면이 어찌 빨리 바뀌는지 찰라를 잡으려고 심호흡도 해봤지만 따라가다 놓치고, 깨알만 한 글씨에 조준한 글자도 놓치고,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에 막히고, 잘못 클릭하면 더 큰 고장이 생길까 망설이고 쩔쩔매다 "소경이 뒷걸음치다 쥐를 잡았다"는 격으로 드디..

나의 이야기 2023.08.23

템플스테이(길상사)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에서 템플스테이 초창기 때 20여 년 전 얘기입니다 ※사진은 모두 네이버 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계절도 뒤죽박죽입니다. ᆢᆢᆢᆢᆢᆢᆢᆢᆢᆢᆢᆢᆢ 휴가로 바캉스로 서울거리가 한산했던 8월 3일 성북동 가파른 언덕을 숨차게 올라 길상사 일주문에 들어서자 법당 안마당은 매미소리와 독경소리로 가득했다 시민선원 (템플스테이어) 12.30~1시까지 집결 입소하는 날이다 작은 꽃밭을 지나 사무처에서 접수확인, 시계 핸드폰 액세서리 귀중품은 지퍼백에 넣어 맡기고 명찰과 도복, 개인 사물함을 지정받았다 한 팀 30명, 도복으로 갈아입으니 사회적 신분은 모른다 다 같은 중생들, 나갈 때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에야 알았다 누가 권사님인지. 사업가인지 식당 사장님인지 누가 교수님인지 누가..

깨우침의 말씀 2023.08.10

ㅡ모독(冒瀆)1

(모독)冒瀆무릅쓸 모. 도랑독 瀆 박완서 티베트 여행기.. 너무 자주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바람에 구박도 받아가며, 그러고는 매일같이 코피를 흘리고 다닌 시인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쓰럽다. 민병일 그에 대한 안쓰러움이 없었다면 아마 이 여행기는 쓰지 못했을 것이다. 김영현이 웃겨주지 않았으면 무슨 수로 그 혹독한 산소부족을 견되어 냈을까. 그는 우리에게 살아있는 산소통이었다. 1996년 가을에 박완서.. 박완서 작가님은 "향수"란 노래를 좋아하셨다. 그 노래를 들을라치면 소녀처럼 살포시 턱을 받친 채 노래의 감흥에 젖곤 하셨다. 노래의 날개 위에 피어나던 선생님의 박꽃 같던 미소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작가는 낯익은 세계의 풍경을 낯설게 보여주는 언어의 연금술사다. 예순다섯의 선..

책. 2023.07.31

어린이 벼룩시장

포스팅이 늦었다. 지난 6.17일 토요일 구로 거리공원에서 열렸던 어린이들 행사 벼룩시장. 어려웠던 시절, 만물시장, 개미시장, 국제시장 잡화시장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고물시장이 요즘은 동네서도 조촐하게 벼룩시장이 열린다. 예전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살림장만 겸 구매했다면 요즘은 쓰고 남은 것. 장난감을 골라 나오는 예가 많다. 세월이 좋아져도 지나치게 좋아졌다. 행복 나눔 장터는 알뜰한 엄마가 금방 자랄 아이에 맞는 물건을 싸게 구입. 또는 내 아이 유효가 끝난 물건, 버리기 아까운 거 깨끗하게 손질하여 장터에 내놓는 거다. 1,2천 원 하는 물건들이지만 국내 생산 양질이다 검소한 지역민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멍석이 어디 있을까. 시간이 쌓인 어른들 보물 창고는 아녀도 어린이에겐, 장터의 갖가지 물건들..

하린이 2023.07.20

자전거 도둑

예전에 어느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가장 감명 깊은 영화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제 경우 답은 1959년 제작된 미국 영화 '벤허'였습니다. 찰턴 헤스턴 등 출연 배우들의 명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전차 경주 등 스펙터클한 장면뿐 아니라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 예술성과 오락성을 두루 갖춘 명작입니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조차도 시사회를 마치고 "하나님, 제가 이 영화를 만들었나요?"라고 감탄하였다고 합니다. 아카데미상도 11개 부문이나 수상하였습니다. 저에게는 더 이상의 영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벤허' 외에도 잊히지 않는 영화가 몇 편 더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1948년 이탈리아 비토리아 데시카 감독이 만든 '자전거 도둑'입니다. '벤허'와는 달..

신문스크랩 202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