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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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사과

못나고 흠집 난 사과 두세 광주리 담아놓고 그 사과만큼이나 못난 아낙네는 난전에 앉아 있다. 지나가던 못난 지게꾼은 잠시 머뭇거리다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한 장 꺼낸다 파는 장사치도 팔리는 사과도사는 손님도 모두 똑같이 못나서 실은 아무도 못나지 않았다.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시는 한마디로 삿된 것이 없는 생각이라고(공자) 불치의 병 (정영상) 나이 들수록 슬픔도 자라는가 올해 내 슬픔은 서른여덟 살 먹었다 내 싸움과 술버릇은 동갑이다 앞으로 중독이 되어 불치의 병이 될 슬픔이여 겨울 골짜기 가슴 깊이 가랑잎 쌓이..

좋아하는 "시" 2022.10.25

조오현스님

허망한 인간사 나이는 뉘엿뉘엿한 해가 되었고 생각도 구부러진 등골뼈로 다 드러났으니 오늘은 젖비듬히 선 등걸을 짚어 본다 그제는 한천사 한천 스님을 찾아가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말로는 다할 수 없으니 운 판 한 번 쳐보라, 했다 이제는 정말이지 산에 사는 날에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고 그리고 흐름을 다한 흐름이나 볼 이름이다 전문 설악을 상징하는 세 사찰 낙산사, 신흥사, 백담사 회주. 장관이나 도지사가 찾아오면 방에 앉아서 맞지만 면장이나 이장 또는 농협이나 우체국 직원이 찾아오면 산문 밖까지 나가 맞는 분. 복사꽃 흐르는 저 물에 아득히 떠나가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세상 아니라네 어제, 그저께 영축산 다비장에서 오랜 도반을 한 줌 재로 흩뿌리고 누군가 훌쩍 어린 그 울..

깨우침의 말씀 2022.10.24

하늘에다 외쳤다 (언니와)

며칠 전,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조계사에서 열리는 가을축제 국화꽃 전시회에 올해는 언니와 가고 싶다고. 언니는 평생 경제는 어려움이 없지만 남편 시집살이가 보통이 아닌 세월을 보냈다. 남편은 이북이 고향인 데다 기인에 속한다. 기인 형태가 너무 많아 뭘 먼저 얘기해얄지 모르겠다. 82세인 형부는 대학까지 나왔는데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한 때 공부 잘했던 친구 소식을 모르니 학교 동창들이 어렵게 연락처를 찾아내어 영등포 롯데백화점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도 나가질 않았다 그날, 형부 노인 친구들은 바람맞고 들어갔을 거다 누굴 만난다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짓, 형부 소신이다 코로나 시대엔 병균 옮아 온다고 언니를 더 옥죄였다 아파트 창문 틈새를 파란 테이프로 막아 세상 공기도 차단시켰다. 옷도 사 입지..

가족 이야기 2022.10.22

종로구 익선동 골목 길

종로3가역엔 출구가 몇 다시 몇 번까지 붙을 정도로 많다. 한 때, 서울의 심장, 맥박이라 할 정도로 경제 중심지답다. 지금은 그 영광을 뒤로하고 옛 정취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여기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고층빌딩은 여전하다. 빌딩 숲 속에 낮은 자세로 숨어있는 보석 같은 장소. 13번 출구로 나와 종로 세무서 근처 한옥마을이 있었던 곳. 골목마다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개발 허가가 나지 않아 그런지 꼭 시골 조금 번화한 장소처럼 예스럽다. 원래는 국악의 거리였다. 국악에 필요한 장신구 의상 장구, 북, 꽹과리, 등 작가 김유정이 지독히 짝사랑했던 기생 박녹주 생가도 이 골목 안에 있다. 수많은 사연과 발자취가 남았을 조선시대 골목길은 말이 없다. 영영 비밀을 감출 태..

나의 이야기 2022.10.09

궁시렁궁시렁

티스토리로 이사는 왔는데 글쓰기 등 장식이 없네요 블로그 문 열자마자 T자 하나만 덩그러니 지천에 피어있는 동강 풀 꽃 피는 언덕 보고 싶은데 뭘 클릭해도 꿀 먹은 벙어리 스킨 등, 친절한 설명에도 알아들을 길 없네 눈은 어둡고 답답! 앱을 따로 다운 받아야 되는지 티스토리 영주님, 어디 가지 말고 집안에 옵션으로 설치해주면 안 될까요 다음 블로그도 겨우 했는데..

나의 이야기 2022.09.23

화가·문인·교육자·여성운동가로 불꽃처럼 살다간 1920년 한국 최초의 '신여성'이라 불리는 나혜석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화가·문인·교육자·여성운동가로 불꽃처럼 살다간 그녀, 나혜석 1920년 한국 최초의 '신여성'이라 불리는 나혜석이 제작한 판화 한 점을 보자. 파마머리에 롱코트를 걸친 여성이 바이올린을 들고 길을 걷고 있다. 그녀를 향해 두루마기를 걸친 두 노인이 노골적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저것이 무엇인고' 외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젊은 남성이 그녀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한다. 조롱의 대상이자 동시에 호기심의 대상인 '저것'은 20세기 초 한반도를 강타한 신개념, '신여성'이었다. 나 참판댁 아기씨 작품 아래 'Rha'라고 크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작가 나혜석! 그는 1896년 수원의 이름난 가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군수였고, 대대로 고위 관료를 지낸 이 집안을 사람..

신문스크랩 2022.09.18

서울 광장

도심 속 휴식공간을 넘어 엄마 아빠가 행복한 책 읽는 서울광장에서 엄마 아빠는 편안한 휴식과 우리 아이 양육정보를 얻고, 아이는 놀이전문가와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세요 엄마 아빠가 행복한 동행 매력 특별시 서울, 서울도서관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다는 서울시 측의 문자에 나름 학교에 시달리는 하린이를 데리고 어서 가자 저 푸른 하늘 밑 놀터로~~ 한 낯 뜨거운 시간을 피해 오후3시부터 행사 시작입니다 그러나 9월3일 초가을 파란 바람이나 그늘은 없습니다. 따가운 햇살은 광장 앞 10차선 도로 위에도 떼 지어 달려가는 자동차들 지붕 위에도 밝게 빛이 납니다. 따가운 햇살도 마스크도 방해가 될리 없는 에너지 충만한 아이들은 광장 바닥을 알록달록한 꽃 밭을 만들고 들뜨고 설레는..

하린이 2022.09.09

장유정의 음악정류장

몇 년 전 독립운동가요를 찾아 중국 옌볜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조선족 어르신이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내게는 익숙한 김정구의 '수박행상'(조명암 작사, 손목인 작곡, 1939년)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라디오로 한국 전파를 잡았을 때 들어서 익힌 노래라 하셨다. 긴 세월 먼 거리를 돌아 만난 '수박행상'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이 노래는 수박 장수가 익살스럽게 수박을 사라고 외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곡의 종명이 '만요(漫謠)'로 표기되어 있으나 음악적으로는 신민요풍이다. "야, 이거 참 싸구나"라는 말로 시작하는 '수박행상'은 수박을 먹으면 어떤 효능이 있는지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노인네가 잡수시면 젊어지고 처녀총각 잡수시면 사랑이고, 목마를 때 잡수시면 ..

신문스크랩 2022.08.26

명성 스님

남지심 작가의 책을 찾다 우연히 만난 명성스님 일대기. 구름 속의 큰 별 명성! 평전소설 형태.(소설쪽보다는 평전 쪽에 비중이 높은) 책. 스님은 1930년 경북 상주에서 출생 강릉 여학교(고등) 졸업, 초등 교사생활하다 20세 때 아버지 관 응스님 권고로 1952년 해인사 국일암으로 출가 탄허, 성능 운허 스님 등 당대의 학승들을 사사하고 1970년 운문사로 옮겨와 승가대학을 열었다. 1977년부터 운문사 주지 겸 학장으로 주석하면서 2.000여 명이 넘는 졸업생과 16명의 전강 제자를 배출하는 등 비구니 수행과 교육에 헌신한 분이다 40 여동에 이르는 전각과 요사체를 신축, 중측, 보수하여 운문사를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여자스님) 교육 기관인 운문 승가 대학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책이 발간된 ..

책. 2022.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