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가족 이야기 99

남편의 유머

1. 스마트 폰 때문에 재래시장 다녀오던 날, 아이고오~~ 무거워라~ 자기야, 이것 좀 들어봐 돌덩이여 남편ᆢ 끙!. 들어보더니 무거울 수밖에 없네 왜에? 세상을 메고 왔구먼 세상? 스마트폰이 들어 있잖아~~ 2. 산삼 관악산 등산하던 날 앞장서 올라가는데 헉헉~ 뒤에서 따라오며 하는 말 조금 있으면 산삼 먹겄네. 하하~ 내가 산을 잘 타니 곧 산삼 캐는 삼마니가 될 거라는. 3. 성능 대기실에서 한 여자가 껌을 하도 짝짝짝 씹어 대니까 조용히 옆에 가서 묻는다 그 껌 롯데 껌이요? 해태 껌이요? 눈치챈 아줌마 얼른 휴지 꺼내 껌을 뱉는다.ㅎ 4. 자랑 자기야, 나 오늘 목욕탕 청소 했다 타일과 타일 사이 좀 봐봐 깨끗하지? 그러니까 근데 그거 아까워서 어떻게 청소했대. 5. 인내 자기야, 큰일 났다 왜..

가족 이야기 2023.01.14

하늘에다 외쳤다 (언니와)

며칠 전,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조계사에서 열리는 가을축제 국화꽃 전시회에 올해는 언니와 가고 싶다고. 언니는 평생 경제는 어려움이 없지만 남편 시집살이가 보통이 아닌 세월을 보냈다. 남편은 이북이 고향인 데다 기인에 속한다. 기인 형태가 너무 많아 뭘 먼저 얘기해얄지 모르겠다. 82세인 형부는 대학까지 나왔는데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한 때 공부 잘했던 친구 소식을 모르니 학교 동창들이 어렵게 연락처를 찾아내어 영등포 롯데백화점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도 나가질 않았다 그날, 형부 노인 친구들은 바람맞고 들어갔을 거다 누굴 만난다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짓, 형부 소신이다 코로나 시대엔 병균 옮아 온다고 언니를 더 옥죄였다 아파트 창문 틈새를 파란 테이프로 막아 세상 공기도 차단시켰다. 옷도 사 입지..

가족 이야기 2022.10.22

이 아이들은 바다를 볼 수 있을까

24개월 전, 조카가 태어났다. 아이의 할아버지는 아이의 뒷모습 사진을 문자로 보내며 말씀하셨다. "유주가 바다라는 단어를 배운 곳". 사진을 다시 보니 바다였다. 아이가 있는 곳은 해변이었고, 앞에는 바다가 있었다. '바다에 간 유주'라고 하지 않고 '유주가 바다라는 단어를 배운 곳'이라고 하셔서 기억에 남았다. 새삼스레 깨달았다. '바다'라는 단어는 비로소 바다를 만나 완전해지는 것이다. 아닌가? 바다라는 대상은 '바다'라는 단어가 있으므로 안전해지는 건가? 세상의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름들을 배워나가는 일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평면이었던 세상이 입체가 되고, 내가 그 세상을 이룬다는 깨달음도. 그래서 아이를 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고 하나 싶었다. 종종 그 사진을 생각한다..

가족 이야기 2022.03.21

이 사람아

이 사람아~ 자네를 보낸지 사흘이 되었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이렇게 또 살고있네 자네가 나를 위해 상복을 입어 줘야지 내가 상복을 입고 자네 영정앞에서 통곡을 한지도 말일세 이젠 더 이상 불행하지 않아도 될 위안과 서러움 안도의 울음이었네 아깝고아까운 사람!.. 성직자도 아닌 사람이 성직자 같이 산사람! 시신까지 기증해 마지막 인사도 못하게 한 사람! 큰교회 주일학교 교장에 헌금도 젤 많이하면서도 교회 허드렛일은 도맡아하던 사람 강남에서 아이들 영어학원 운영하며 돈을 벌어도 자기 사치엔 돈을 아꼈던 사람 인생을 백프로 이타적으로 살다간 사람!. 가족이 아닌 남이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한사람만 있어도 성공한 삶을 산 사람이라는데 동서 장례식엔 많은 사람들의 눈 자위가 붉어져 있더군..

가족 이야기 2022.03.07

코로나 시대에 생일

행복1번지 가족 채팅방 조영규 작은아버님께 "안녕하세요 작은아버님 내일 채팅방에 내생일 언급하지 마셔요 가족들에게 축하메세지 받으면 쑥스러워요" 라고 쪽지를 보냈는데 새벽에 떡하니 저렇게 올라왔다. 모바일로 3종 고기세트까지. 과분한 메세지들.. 시류(時流)에 오늘을 맞는다. 얼결에 먹은 나이 케익에 초를 꼿는데도 어마 무시해 은진이도 너무 많다며 망설이더니 작은 초 세개와 하트가 걸린 깃대를 세웠다 의미는 없지만 케익에 어울린다 75세, 좁은 케익위에 12개 세울곳도 없다. 마음은 소녀 외모는 노녀 할머니를 향해 파릇한 하린이가 쩌렁한 소리로 생일 축하합니다 를 불러줬다. 하린이는 축가 끝나자마자 제 입으로 촛불을 꺼버렸다 놀란 언니가 "왜 니가 꺼 할머니가 끄셔야지" 하하하~한바탕 웃고.. 다시 촛불..

가족 이야기 2022.02.08

3년전, 고성산불에

세상에나 이렇게 변했네요 영랑호 숲속 작은집 기억들 나시지요 행복1번지 가족모임때 각자 맡은 음식 가지고 속속 도착 했던 곳. 3년전 고성산불 화마가 여기까지... 골격만 남기고 이즈러진채 옛 여행객을 맞네요 팬션앞 갖가지 초목들은 우후죽순 제멋대로 자라 얼키고설키고 스산한데 가을바람에 마른 나뭇잎 우수수 울려놓고 가버리네요 우리는 과거에 내집이었던냥 망연자실 그 앞에 서 있구요 여기쯤일까 저기쯤일까 찾다 없었으면 어쩔번 했나 애처롭지만 저 모습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2박3일 가족여행으로 설악산 간김에 속초 명소 후보지들을 제치고 이곳에 와보고 싶었습니다 십여년 세월에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공사중이고 (11월13일 개통예정) 둥근 호숫가 수목들은 자지러지도록 예쁘게 물들어 있었어요 가을 한파 때문인지..

가족 이야기 2021.11.01

한국의 집(한국문화재단)

2021년 10월9일 사랑하는 내 남동생 칠순을 맞아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식사. 코로나만 아니면 애들과 호텔에서 근사하게 대접하려고 했는데 누나셋과 동생과 동생의댁 5명만 만났다 딸넷에 아들 낳았다고 집안에서 온갖사랑 다 받고 자란 동생 중간에 아버지 사업실패로 고생도 했지만 반듯하게 잘 자라주어 운전기사까지 딸린 직장에서 놓아주질 않아 작년에 겨우 퇴직해 자유를 얻은 동생 체구는 작지만 한량없는 마음을 지닌 동생댁 아직도 예쁜 모습이다. 평생을 남편 뜻 살피며 집안간 우애를 돈독하게한 지혜로운 아내다 애틋한 동생이 칠순이라니 믿기는 싫지만 머리에 흰면류관 쓰고 내앞에 앉아있다 OK모자 쓰고 개구지고 귀엽던 어린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언니들과 나 가볍게 나비처럼 날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뚱뚱한 체..

가족 이야기 2021.10.10

하윤네 가족여행

5월5일. 어린이날, 징검다리 휴일에 교장선생님의 재량과 아빠엄마 직장 휴가내어 하윤네가족 경주여행. 5.5일~8일. 함께 가지 않아 기록할 내용은 없지만 자식의 휴가가 행복이 부모에게도 행복이고 휴가다. 부모는 자식이 인생이다 부모는 자식이 즐거움이다. 어버이날 행사는 5월2일, 하윤네 집에서 연어 스테이크로 함께 밥먹고 축하금도 받았다. 아이들 손 편지와 병속에 빨대를 꼿아 꽃물을 빨아 올리는 향수와 카네이션도 받았다. 할아버지는 아이들 용돈과 여행비를 보태 주셨고. 이후 우리집 거실은 언뜻언뜻 알싸한 장미 향기가 코끝에 스친다. 베란다에 피었던 "긴기아라" 꽃 향기가 스러지자 인공 향수가 온것이다. 더 진하지도 유치하지도 않은 딱 맞는 꽃 향기다. 오월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각종 기념일이 몰려있는 ..

가족 이야기 2021.05.11

어머님 30주기 기일에

30주기 어머님 기일에ᆢ 카잔카스키는 니체의 기일에는 어디에 있던 그 하룻동안 온전히 니체만 생각했다고ㆍ 니체의 유령과 나는 가을을 맞아 노랗게 물든 밤나무 아래 초라하게 작은 벤치에 앉았다 나는 그가 혹시 화를 내며 가버릴까 두려워 감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꽃잎 지고 연두빛 새잎들이 허공을 마구마구 채우는 싱그런 5월 아침입니다 5월3일 오늘, 카잔카스키처럼 종일은 아녀도 어머님을 추모합니다. 옛날 어렵던 시절 옷 보따리 머리에 이고 중앙병원 내실에 가끔 들렸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전 그때 브라우스를 샀던가?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 어머님 마음 한번 뿌듯하게 해드린적 없고 참 철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부모님 모습 생각하면 회고가 아니라 참회할일이 많은 자식들입니다 일년내..

가족 이야기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