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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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의 음악정류장

몇 년 전 독립운동가요를 찾아 중국 옌볜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조선족 어르신이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내게는 익숙한 김정구의 '수박행상'(조명암 작사, 손목인 작곡, 1939년)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라디오로 한국 전파를 잡았을 때 들어서 익힌 노래라 하셨다. 긴 세월 먼 거리를 돌아 만난 '수박행상'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이 노래는 수박 장수가 익살스럽게 수박을 사라고 외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곡의 종명이 '만요(漫謠)'로 표기되어 있으나 음악적으로는 신민요풍이다. "야, 이거 참 싸구나"라는 말로 시작하는 '수박행상'은 수박을 먹으면 어떤 효능이 있는지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노인네가 잡수시면 젊어지고 처녀총각 잡수시면 사랑이고, 목마를 때 잡수시면 ..

신문스크랩 2022.08.26

1960년, 어느식당 종업원의 비문

나는 지금 그릇을 닦지않아도 되는 곳으로 간다. 크림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바느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모든일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곳으로 간다 먹지 않는 곳에서는 그릇을 닦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 나를 위해 절대로 애도하지 말라. 나는 영원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 1960년 어느식당 종업원의 비문.우리가 죽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죽어가는 모습은 선택할 수 있다.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청춘을 보내야 합니다.왜냐면 우리가 바로 우리 자신의 후손이자 선조이기 때문입니다.

신문스크랩 2022.05.04

박수근의 굴비

박수근의 굴비, 반 고흐의 청어 정상혁 기자 입력 2021.12.10 03:03 한 쌍의 건어(乾魚)가 미술관에서 매혹적인 향을 흘린다. 굴비와 청어. 국민 화가 박수근(1914~1965), 또 다른 의미의 국민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유화로 그려내 선물한 물고기가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잘 마른 생선, 사연이 꾸덕꾸덕하다. ◇결혼식장으로 간 굴비 박수근 1962년작 ‘굴비’(14.3×28㎝).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박수근 1962년작 ‘굴비’(14.3×28㎝).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평생 가난하고 따뜻했던 화가 박수근의 그림을 가장 많이 취급한 곳이 서울 반도화랑이었다. 박수근은 당시 화랑 직원으로 일하던 박명자 현(現) 갤러리현대 회장에게 곧잘 “미스 박 시집갈 때 꼭 그..

신문스크랩 2022.01.11

60년간 최고 악단들 이끈 명지휘자 "세상 구원 못 해도, 예술은 소중한 일"

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지난 10월 21일, 가장 넓고 깊은 경험을 쌓은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지휘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화려하지 않고, 가장 겸손하고, 가장 조용하게 살았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녔고 가장 많은 명반을 녹음했던 지휘자 중의 한 명인 베르나르트 하이팅크(Bernard Haitink·1929~2021)가 92년의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이력을 나열하려면 어떤 지면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 지휘자들은 외향적인 화려함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통솔력이나 세련된 제스처나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평범한 외모에, 독특할 것이 없는 동작에, 눈을 끌 사생활이나 기벽도 없다. 도리어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다..

신문스크랩 2021.11.09

괜찮아? 밥 먹자

아무튼, 줌마] 이영미는 책을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1980년대 전설의 인문교양잡지인 '샘이깊은물'을 비롯해 여러 아름다운 책들을 빚어낸 관록의 손입니다. 그에게 6년 전 루게릭이 찾아옵니다.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모든 근육의 움직임이 멈추며 언어 기능이 상실되고 결국 호흡곤란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입니다. 50대 중반. 사업 실패로 빚에 허덕이는 남편 대신 경제적 가장으로 살며 두 아들과 월셋집을 전전해온 그에게 루게릭은 신이 내린 가장 잔인한 형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덤덤하고도 유머러스하게 이 고통을 마주하기로 합니다. '누울래? 일어날래? 괜찮아? 밥먹자'란 제목의 책은 희소병 진단을 받은 그날부터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던 2018년 8월까지 페이스북에 써내려간 글입니다. 시인 최영미는 ..

신문스크랩 2021.05.10

무진동 차량·1000㎡ 수장고… 이건희 컬렉션 '특급 이송 작전'

2만1693점 유물 운반 작업… 온습도 관리, 지진·화재도 대비 "명품을 안전하게 옮겨라!" 초특급 유물 이송 작전이 시작됐다. 이건희 컬렉션 고미술품 2만1693점을 삼성 측에서 기증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정도 대규모 기증은 국립박물관 개관 이래 처음이라 총력을 다해 이송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거의 박물관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규모의 '유물 대이동'이다. ◇유물 전문 운송 차량에 실어 박물관 수장고로 기증 소식이 발표된 건 지난달 28일이지만, 이송 작업은 그보다 일주일 앞선 21일 시작됐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비롯해 국보·보물 60건은 이미 도착했고, 중량이 큰 석조물을 제외한 나머지 유물의 운반 작업도 14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박물관 측은 "호암미술관과 ..

신문스크랩 2021.05.05

빨강머리 앤'의 어머니를 추억하며

"신지식 선생님 소식을 듣고 싶어 방문했는데 돌아가셨군요. 날짜를 보니 첫 기일이 얼마 전이었네요. 어린 시절 잔잔하게 제 마음을 울렸던 동화책 선생님, 저에게 순수하고 해맑은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세요." 한밤중, 휴대전화 알림이 울렸다. 블로그 방문자 게시판에 누군가 글을 남겼다. 지난해 3월 12일, 만 90세로 세상을 뜬 신지식(申智植) 선생은 1960~1970년대 한국 아동·청소년 문학계의 '별'이었다. 1973년 2월 한 일간지 국내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그의 소설집 '하얀 길'(1956)이 1위로 2위인 이청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를 앞지르고 있다. 그의 부고를 들은 소설가 김훈(73)은 "신지식의 글들은 짓밟히고 배고팠던 내 소년 시절의 위안이..

신문스크랩 2021.04.03

"사랑은 미안해 않는 것… 지금도 그 말 뜻 모르겠다"

이 영화 재밋게 봤던 영화였는데 이렇게 오래된 영화인지 몰랐네 현재도 진행중인 청춘 남녀인줄 알았는데 언제까지나 내 상상속에 청춘으로 머물러 있게 둘걸 모르는게 약일 수도 있겠다 새파란 젊음은 어디가고 갑자기 두사람이 백발이 되어 나타났다 깜놀!.? 남녀의 변함에 세월의 힘이 야속하다 시간처럼 공평한건 없다더니. 그래도 아직 건강하고 활달한 모습이 반갑다 흥미로운 영화 뒷얘기, 신문기사 스크랩 해왔다. 이미지는 네이버에서 가져옴. ........................................................................... "사랑이라는 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1970년..

신문스크랩 2021.03.30

이상, 구본웅, 박태원의 우정

사진설명, 이승만이 그린 이상과 구본웅 까치집 머리, 털복숭이 수염의 이상과 작은키에 질질 끌리는 외투를 입은 구본웅의 기묘한 조화가 곡마단 행차에 비유됬다. 이상(왼쪽), 박태원(가운데) 김소운이 함께 찍은 사진. 3자가 붙은 사진은 구본웅이 1935년 발표한 "친구의 초상" 이상의 얼굴. .................................................................. "까치머리 이상, 꼽추 구본웅이 걸어가면 곡마단 온 줄 알고 환호했다" 일제강점기는 혹독했으나 문학과 예술은 꽃피었다. 20세기 초반 온 세계가 사상 철학 문예 생활방식까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문화적 충격을 흡수하고 튕겨내야 했던 역동의 시대였다. 나라 잃은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 지성인들은 유토피..

신문스크랩 2021.03.10

"카뮈 읽으며 웃은 적 있나? 내 목표는 최고의 해피엔딩!"

사진, 두주인공과 작가 줄리아퀸칼라는 네이버에서 가져온 영국 브리저튼가문 8남매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사교계에 갓 데뷔한다프네(왼쪽. 피비 디네버)와헤이스팅스 공작(레지 장 페이지))의계약 연애 이야기를 그린 *브리저튼*원작자 미국소설가 줄리아 퀸은 "커플의 만남으로 시작하고 해피앤딩으로마무리 해야 된다는 로맨스 소설의 두가지 규칙을 따랐다" 고 했다넷플릭스 1위 드라마 '브리저튼' 원작자 줄리아 퀸 단독 인터뷰19세기 초 런던, 사교계에 갓 데뷔한 브리저튼 자작가(家)의 맏딸 다프네는 바람둥이로 이름난 헤이스팅스 공작 사이먼과 '계약 연애'를 시작한다. 이들은 과연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까? 상투적인데도 어쩐지 매력적인 이 이야기가 전 세계 안방 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공개된 넷플..

신문스크랩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