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지난 10월 21일, 가장 넓고 깊은 경험을 쌓은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지휘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화려하지 않고, 가장 겸손하고, 가장 조용하게 살았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녔고 가장 많은 명반을 녹음했던 지휘자 중의 한 명인 베르나르트 하이팅크(Bernard Haitink·1929~2021)가 92년의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이력을 나열하려면 어떤 지면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 지휘자들은 외향적인 화려함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통솔력이나 세련된 제스처나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평범한 외모에, 독특할 것이 없는 동작에, 눈을 끌 사생활이나 기벽도 없다. 도리어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