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신문스크랩 398

민병돈 前 육사 교장

전설의 육사 교장 ‘진짜 군인’ 민병돈 올해는 정전협정 70주년입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타가 공인하는 ‘뼛속까지 군인’ 민병돈 전 장군을 만났습니다. 민 전 장군은 노태우 대통령 코 앞에서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며 당시 정부의 북방정책을 비판하고 옷을 벗은 군인입니다. 그는 “전방에서 고생하는 병사들이 ‘북한은 우리의 동반자’라고 하는 정부의 말에 얼마나 혼란스러웠겠느냐”며 “나라도 바른 말을 해야 했다”고 했습니다. 민 전 장군은 그렇게 34년여의 군 생활을 마쳤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 특전사령관 등 요직을 거쳤던 그는 ‘민따로’로 불렸습니다. 따로 논다는 뜻이죠. 대세가 아닌 소신을 따르다보니 생긴 별명이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대통령의 계엄령에 반대했습니..

신문스크랩 2023.06.07

"자식같은 내 책들, 도서관도 안받아준다니…" 강우량 기자

애서가들 "내 지적 자산 기증하고 싶어도 받아줄 곳 없다" 한탄작년 8월 말 수도권 한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한 A교수는 퇴직 당시 30년 넘게 연구실에 뒀던 장서 1만여 권을 정리하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 집에 가져가기엔 워낙 방대한 양이었던 탓에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려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그 뒤 지역 공공 도서관은 물론, 자기가 사는 아파트 내 도서관에도 제안했는데 줄줄이 거절을 당했다. 그는 "학교 도서관은 여유 공간이 없어 퇴직하는 교수의 책은 안 받는다 하고, 공공 도서관과 사설 도서관은 '신간'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한 사람이 평생 축적한 서적들은 사회문화적 자산인데, 이 책들을 보낼 곳이 없다는 게 무척 난처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제자들과 학생들, 교직원들에게 책을 나눠준..

신문스크랩 2022.11.25

화가·문인·교육자·여성운동가로 불꽃처럼 살다간 1920년 한국 최초의 '신여성'이라 불리는 나혜석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화가·문인·교육자·여성운동가로 불꽃처럼 살다간 그녀, 나혜석 1920년 한국 최초의 '신여성'이라 불리는 나혜석이 제작한 판화 한 점을 보자. 파마머리에 롱코트를 걸친 여성이 바이올린을 들고 길을 걷고 있다. 그녀를 향해 두루마기를 걸친 두 노인이 노골적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저것이 무엇인고' 외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젊은 남성이 그녀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한다. 조롱의 대상이자 동시에 호기심의 대상인 '저것'은 20세기 초 한반도를 강타한 신개념, '신여성'이었다. 나 참판댁 아기씨 작품 아래 'Rha'라고 크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작가 나혜석! 그는 1896년 수원의 이름난 가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군수였고, 대대로 고위 관료를 지낸 이 집안을 사람..

신문스크랩 2022.09.18

장유정의 음악정류장

몇 년 전 독립운동가요를 찾아 중국 옌볜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조선족 어르신이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내게는 익숙한 김정구의 '수박행상'(조명암 작사, 손목인 작곡, 1939년)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라디오로 한국 전파를 잡았을 때 들어서 익힌 노래라 하셨다. 긴 세월 먼 거리를 돌아 만난 '수박행상'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이 노래는 수박 장수가 익살스럽게 수박을 사라고 외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곡의 종명이 '만요(漫謠)'로 표기되어 있으나 음악적으로는 신민요풍이다. "야, 이거 참 싸구나"라는 말로 시작하는 '수박행상'은 수박을 먹으면 어떤 효능이 있는지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노인네가 잡수시면 젊어지고 처녀총각 잡수시면 사랑이고, 목마를 때 잡수시면 ..

신문스크랩 2022.08.26

1960년, 어느식당 종업원의 비문

나는 지금 그릇을 닦지않아도 되는 곳으로 간다. 크림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바느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모든일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곳으로 간다 먹지 않는 곳에서는 그릇을 닦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 나를 위해 절대로 애도하지 말라. 나는 영원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 1960년 어느식당 종업원의 비문.우리가 죽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죽어가는 모습은 선택할 수 있다.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청춘을 보내야 합니다.왜냐면 우리가 바로 우리 자신의 후손이자 선조이기 때문입니다.

신문스크랩 2022.05.04

박수근의 굴비

박수근의 굴비, 반 고흐의 청어 정상혁 기자 입력 2021.12.10 03:03 한 쌍의 건어(乾魚)가 미술관에서 매혹적인 향을 흘린다. 굴비와 청어. 국민 화가 박수근(1914~1965), 또 다른 의미의 국민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유화로 그려내 선물한 물고기가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잘 마른 생선, 사연이 꾸덕꾸덕하다. ◇결혼식장으로 간 굴비 박수근 1962년작 ‘굴비’(14.3×28㎝).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박수근 1962년작 ‘굴비’(14.3×28㎝).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평생 가난하고 따뜻했던 화가 박수근의 그림을 가장 많이 취급한 곳이 서울 반도화랑이었다. 박수근은 당시 화랑 직원으로 일하던 박명자 현(現) 갤러리현대 회장에게 곧잘 “미스 박 시집갈 때 꼭 그..

신문스크랩 2022.01.11

60년간 최고 악단들 이끈 명지휘자 "세상 구원 못 해도, 예술은 소중한 일"

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지난 10월 21일, 가장 넓고 깊은 경험을 쌓은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지휘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화려하지 않고, 가장 겸손하고, 가장 조용하게 살았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녔고 가장 많은 명반을 녹음했던 지휘자 중의 한 명인 베르나르트 하이팅크(Bernard Haitink·1929~2021)가 92년의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이력을 나열하려면 어떤 지면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 지휘자들은 외향적인 화려함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통솔력이나 세련된 제스처나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평범한 외모에, 독특할 것이 없는 동작에, 눈을 끌 사생활이나 기벽도 없다. 도리어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다..

신문스크랩 2021.11.09

괜찮아? 밥 먹자

아무튼, 줌마] 이영미는 책을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1980년대 전설의 인문교양잡지인 '샘이깊은물'을 비롯해 여러 아름다운 책들을 빚어낸 관록의 손입니다. 그에게 6년 전 루게릭이 찾아옵니다.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모든 근육의 움직임이 멈추며 언어 기능이 상실되고 결국 호흡곤란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입니다. 50대 중반. 사업 실패로 빚에 허덕이는 남편 대신 경제적 가장으로 살며 두 아들과 월셋집을 전전해온 그에게 루게릭은 신이 내린 가장 잔인한 형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덤덤하고도 유머러스하게 이 고통을 마주하기로 합니다. '누울래? 일어날래? 괜찮아? 밥먹자'란 제목의 책은 희소병 진단을 받은 그날부터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던 2018년 8월까지 페이스북에 써내려간 글입니다. 시인 최영미는 ..

신문스크랩 2021.05.10

무진동 차량·1000㎡ 수장고… 이건희 컬렉션 '특급 이송 작전'

2만1693점 유물 운반 작업… 온습도 관리, 지진·화재도 대비 "명품을 안전하게 옮겨라!" 초특급 유물 이송 작전이 시작됐다. 이건희 컬렉션 고미술품 2만1693점을 삼성 측에서 기증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정도 대규모 기증은 국립박물관 개관 이래 처음이라 총력을 다해 이송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거의 박물관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규모의 '유물 대이동'이다. ◇유물 전문 운송 차량에 실어 박물관 수장고로 기증 소식이 발표된 건 지난달 28일이지만, 이송 작업은 그보다 일주일 앞선 21일 시작됐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비롯해 국보·보물 60건은 이미 도착했고, 중량이 큰 석조물을 제외한 나머지 유물의 운반 작업도 14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박물관 측은 "호암미술관과 ..

신문스크랩 2021.05.05

빨강머리 앤'의 어머니를 추억하며

"신지식 선생님 소식을 듣고 싶어 방문했는데 돌아가셨군요. 날짜를 보니 첫 기일이 얼마 전이었네요. 어린 시절 잔잔하게 제 마음을 울렸던 동화책 선생님, 저에게 순수하고 해맑은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세요." 한밤중, 휴대전화 알림이 울렸다. 블로그 방문자 게시판에 누군가 글을 남겼다. 지난해 3월 12일, 만 90세로 세상을 뜬 신지식(申智植) 선생은 1960~1970년대 한국 아동·청소년 문학계의 '별'이었다. 1973년 2월 한 일간지 국내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그의 소설집 '하얀 길'(1956)이 1위로 2위인 이청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를 앞지르고 있다. 그의 부고를 들은 소설가 김훈(73)은 "신지식의 글들은 짓밟히고 배고팠던 내 소년 시절의 위안이..

신문스크랩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