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지금 우리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 있는 것 같다 왜냐면 엊그제 하늘나라 가시는 이어령 교수님을 배웅하셨던 오탁번 시인의 유고시집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새 뭔 일이 있었기에.. 유고 시집이라니.. 시집의 제일 첫머리엔 시 "옛말"이, 마지막엔 시 "속삭임 9"가 놓여있다. 옛말은 선생의 태어난 집과 유년시절 가족에 대한 추억을 담은 시다. 속삭임9는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 쓴 아홉편의 시다 고인의 유작 시 --옛말-- 잠결에도 꿈결에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내 옛말의 들머리는 백운면 평동리 바깥 평장골 169번지 호적등본만 한 우리 집이다 남아있는 사진 하나 없지만 그냥 잿빛으로 눈앞에 떠 오르는 내가 태어난 우리 집이다 1951년 정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