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풀 꽃 피는 언덕

책. 127

조르바 철학(9)

믿음이 있나요? 그렇다면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거룩한 물건이 되는겁니다.믿음이 없다면? 그야 거록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나뭇 조각이되고 마는거죠 조르바는 머리속에 난리가 났는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이를 먹으니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그것들이 모두 불쌍하거든요.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이 불쌍한 것! 이런 생각이 들어요 누군지는 몰라도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겠지. 이 사람 안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죽어서 땅 밑에 누울테고 구더기 밥이 될테지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나 다름 없습니다. 보스, 저건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저 파란색, 저 기적이 뭔가요? 바다? 바다입니까? 꽃으로 된 초록색 앞치마를 입은 저건요? 땅이라고 그럽니까? 이런걸 만든 ..

책. 2022.06.30

우리는 벌레(오스탕스부인의 죽음)10

인간이란 얼마나 이상한 기계입니까? 그 속 에빵. 물고기, 포도주 당근 같은 걸 채워주면 이게 한숨이나 웃음, 꿈이 되어서 나오잖아요 무슨 공장처럼 말이지요 삼부스러기 같은 오스탕부인의 머리카락. 십자가는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렸을 때만 특효약이 필요한 것처럼, 먹고 마시고 사랑할 동안에는 별 쓸모가 없는 게 그리스도인인 것처럼, 여자는 그리스도를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 줌 흙이야. 배가 고픈 것도 알고, 웃기도 하고, 키스도 하던 한 줌의 흙. 흙 한 덩이면서도 사람을 울리던 것 지금은 어떻게 됐나 우리를 이 땅에 데려온 악마는 누구고 이 땅에서 데려갈 악마는 또 누군가! ᆢ조르바가 오스탕부인의 죽음 앞에서ᆢ 우리는 우리 내부에 잠든 죽음과 공포라는 망령을 깨우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심했다 세계라는 ..

책. 2022.06.30

조르바(위대한 인간)11

지구가 새로 창조 된것처럼 빛났다 밖에서 새들이 노래하는데 천사가 노래하는줄 알았어 올리브 나무속에서는 작은새들이 아침 햇살에 취한채 재잘대고 있었다 나는 황량한 해변에 작별도 전하고 가슴에 새겨 함께 떠나려고 물가를 걸었다 나는 그 해변에서 수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체험했다. 조르바와 함께한 생활은 내 가슴을 넓혀 주었다. 그의 말 몇마디는 내 영혼을 쉴수있게 만들었다. 조르바는 자존심이 강하고 교육받은 이들보다 훨씬 이성적이며 더 깊은 사상을 가진 그를 존경했다 우리들이라면 몇년을 고통스럽게 공부하여 얻은 것들을 그는 단숨에 가 닿았다 우리는 그를 일컬어 "위대한 인간" 이라고 했다. 만약 그가 그보다 한차원더 높은 곳으로 뛰면 "그는 미쳤다" 고 했을 것이다. 생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일견 방..

책. 2022.06.30

그리스인 조르바(작별)12

모든게 끝났다 조르바는 케이블, 연장 운반용 수레, 쇳조각들과 목재를 모두 해변에 쌓아 놓아 카이크 선이 실어 갈 수 있도록 했다. "조르바 저건 모두 당신에게 줄게요. 선물입니다. 행운을 빌어요" 조르바는 울음을 참으려는 듯 침을 삼켰다. "우리는 헤어지는 겁니까? 보스는 어디로 가시려고요?" "조르바, 나는 외국으로 갈 생각이에요.내 배속에 들어앉은 염소란 놈이 아직도 종이를 더 씹어 먹어야 배가 부르겠대요" "보스, 내가 그렇게 얘기 했는데도 아직도 못 알아 들으셨소?" "조르바, 당신 덕택에 많이 배웠어요.당신 방법을 써 먹을까 생각 중이에요. 당신이 버찌를 잔득 먹고 그걸 정복한 것처럼 나도 책을 책으로 정복해 볼까 합니다. 종이를 잔득 먹으면 언젠가는 구역질이 날거 아닙니까? 구역질이 날 때 ..

책. 2022.06.30

조르바의 죽음(입망)13

세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첫번째는 주어진 인생을 먹고 마시고 연애하고 돈벌고 명성을 쌓는 걸 삶의 목표로 여기는 사람이죠 또 한부류는 자기의 삶보다는 인류의 삶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에요 인간은 결국 하나라는 생각으로 인간을 가르치려하고 사랑과 선행을 권합니다. 마지막은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삶이에요 사람 짐승 나무 별이 모두 한 목숨인데 아주 지독한 싸움에 말려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무슨 싸움이냐고요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이에요 보스, 내머리 가죽이 너무 두꺼워서 그런 얘기를 들어서는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춤으로 말해봐요~~춤을 춰요 조르바 어렸을때, 후세인 아가라는 성인 의 말 얘야,천당의 일곱 품계도 이땅의 일곱 품계도 하느님을 품기엔 넉넉하지 않아. 그러나 사람의 가..

책. 2022.06.30

다찌바나 다까시

일본 언론인 다치바나 다까시씨 . 마음속 영웅이 나이들어가는 모습도 안타까운데 더구나 세상 떠났다는 소식은 받아드리기 쉽지 않다. 특히 이분은 세상 비밀을 파헤쳐줄 열쇠를 잃어버린 상실감이다. 신문에 뒤늦게 부고 기사가 실렸네 4월30날(81세) 급성 심근경색 (죽상동맥경화증, 동맥경화와 죽상경화를 합친 말로, 급성심근경색) 타계하셨다고 나는 "다찌바나 다까시 탐사 저널리즘" 을 통해 이분의 저력을 알게 되었다. 가볍지 않은 주제인데도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글을 쓴다 다른 매체에서 들을수 없는 사념(思念)도 신 세계의 지적 호기심도 채우며 푹 빠져 읽었다 기자시절, 다나까 금권정치 실상과 돈줄을 집요하게 파헤쳐 당시 최강 총리였던 다나까를 구속 끝내 사임을 불러내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권력과..

책. 2021.06.26

스티븐 포스터

스티븐 포스터 포스터 생가 1864년1월13일. 뉴욕의 초라한 병원에서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지켜보는이 하나없는 참으로 쓸쓸한 죽음이었다 아무도 그가 누군지 알지 못했고 또 관심도 없었다 다만 떠나간 이의 나이가 서른여덟에 불과하다는 것 뿐. 세상에 남은 그의 흔적이라곤 입고 있던 양복 한벌과 5센트가 든 지갑이 전부였고 그 지갑속엔 "친구들, 그리고 다정한 사람들에게" 라고 쓰여진 쪽지 한장. 친구와 사람을 그리워 했음이 역력한 그의 마지막 유물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그 쓸쓸했던 죽음이 지난 날 자신들이 사랑했던 노래 ᆢ옛 고향의 사람들ㆍ스와니강ᆢ 작곡가 포스터라는 사실이 뒤늣게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또 한번 마음 아파했다 스티븐 포스터 ..........................

책. 2021.02.05

난주

대정성지 정난주마리아 묘 (사진출처 네이버)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시대 천주교도의 마음엔 어떤 신념이 자리 했을까 이 땅의 오랜 질서와 체제에 맞서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1801년 정순왕후(영조 왕비)는 어린 나이로 즉위한 순조를 대신해 수렴 청정 하던 시대 노론벽파를 두둔하던 정순왕후가 남인이 중심이 된 천주교를 탄압하니 이것이 신유박해(辛酉迫害)다 이때, 남인 명문가의 장녀이자 천주교도인 정난주는 시어머니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피신하였고 남편 황사형(17세에 장원급제)은 충북 제천의 배론 골짜기에 숨었으나 천주교 부흥을 위한 백서(帛書)를 북경의 주교에 보내려다 발각되어 참형당했다 이어 정난주와 시어머니는 각각 제주도와 거제도의 관비로 정배된다 다산..

책. 2020.11.26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인간을 걱정하고 인간의 쓸쓸함과 외로움과 괴로움에 민감한 일, 이것이 상냥함이며 또한 인간으로서 가장 뛰어난 일이 아닐가 그리고 그런 상냥한 사람의 표정은, 언제나 부끄러움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부끄러움으로 저와 제몸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문화의 본질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화가 만약 그런것이라면, 그것은 연약하며, 늘 지는 것입니다 그걸로 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멸망의 백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지고 멸망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중얼거림이 우리의 문학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실격" "사양" 등으로 전후 일본 니할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다자이 오사무 편지를 모은 책이다 다섯번째 자살시도끝에 39살때 연인과 함께 세상을 버린 그의 비극적 인식을 엿볼수 있는 문장. 창작 의지..

책. 202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