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여름으로 달려가던 봄의 발을 붙잡네
지난 한 달 주말·휴일마다 황사며 미세 먼지가 심술을 부렸다. 찬란해야 할 봄이 빛을 잃었다. 그러는 사이 숲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짙어졌다. 수채화가 유화(油畵) 돼 간다. 남녘에 꽃 상륙한 지 한 달 보름도 안 돼 벌써 늦봄 냄새가 난다. 4월 마지막 날도 낮 기온이 24도까지 올라갔다. 이대로 봄을 보낼 순 없다. 충북 괴산 '산막이 옛길'을 걸었다. 괴산호 서쪽 벼랑에 낸 4㎞ 길이다. 아침 아홉 시인데 주차장이 거의 찼다. 휴대전화 날씨 '앱'부터 봤다. 미세 먼지 농도 92㎍/㎥, '나쁨'이다. '보통' 중간값 50㎍/㎥의 곱절 가깝다. 100은 안 넘겼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고는 이내 미세 먼지를 잊어버렸다. 길 초입 오른쪽 국사봉 자락이 짙고 옅은 녹색의 향연을 벌인다. 아래쪽은 진녹색,..